[K-산업의 대중국 재역전] 이차전지·가전·로봇 이어 반도체까지…中에 주도권 내준 韓 제조업

이차전지·가전 등 中 우위…중국제조 2025 등 성과
반도체 추격도 거세…"韓, 주력 산업AX 속도내야"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6에 마련된 TCL 전시 부스. TCL 제공

 

#. 국내 한 IT 엔지니어링기업 대표 A씨는 로봇 분야에서 중국 기업과 손잡고 제품을 확보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력의 핵심인 로봇핸드나 엔드이펙터(로봇 팔 끝단에 달려 물체를 집거나 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로봇) 분야에선 이들과의 제휴가 필수다. 중국 기업들의 원가 경쟁력뿐만 아니라 이들이 만들어내는 제품의 품질 수준까지도 높기 때문이다. A씨는 “중국 로봇제조사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의 핸드 기술 등이 반영된 제품을 고객사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경기 김포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 모씨는 지난 4월 로보락 로봇청소기 최신 모델을 구입했다. 신제품 출시 프로모션 적용 시 삼성전자와 LG전자 대비 40만~50만원가량 판매가가 낮은 데다, 전 세계 시장에서도 로보락이 더 잘 나간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중국산 로봇청소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불안해하거나 불편한 점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의 바람이 매섭다.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전기차(EV), 가전 등 핵심 제조업뿐만 아니라 로봇,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에서도 이미 한국을 앞선다는 게 중론이다. 그나마 한국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 분야도 위태롭다. 시스템 반도체 기술 등에선 오히려 중국이 우위에 있어서다. 중국제조 2025, 신질 생산력 등 중국의 적극적인 제조업 육성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TV 출하량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17%, 9%로 집계됐다. 중국 가전기업인 TCL과 하이센스의 점유율은 각각 14%, 13%였다. 상위 4대 브랜드만 보면 한국과 중국의 TV 브랜드간 점유율 합이 비슷한 수준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선 중국이 압도적인 강세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적 기준 시장 1, 2위인 CATL(39.9%)과 BYD(14.7%)의 점유율 합은 54.6%로 절반을 넘었다. LG에너지솔루션(8.3%)과 SK온(3.1%)은 각각 3위, 8위에 그쳤다. 한국의 수출 버팀목인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중국 CXMT의 범용 D램 시장점유율은 10%까지 상승했고, 파운드리에서 SMIC의 시장점유율은 5%로 삼성전자(7%)를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한국으로선 전통 주력 산업의 AX(AI 전환)을 서둘러 생산성 혁신을 꾀하고, 주요국 기술 생태계의 일원으로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중국산업분석팀장은 ‘미·중 경쟁 2.0, 중국의 AI·공급망 전략 변화와 우리의 대응' 보고서에서 “세계적 수준의 공정 기술에서 파생되는 핵심 제조 데이터를 자산화해 신산업정책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며 “나아가 휴머노이드 로봇, AI 데이터센터, 글로벌 전력망 확충이 유발할 초고부가 소재·부품의 신수요 체인을 선제적으로 선점해 ‘K-소재·부품 산업의 고도화’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업연구원 제공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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