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유탄을 맞은 대표적인 공공기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이다. LH는 정부의 ‘닥공(닥치고 공급)’ 정책 선봉장을 맡으면서 재무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미 빚더미에 앉은 LH가 사업비 증가와 공급 확대 영향으로 더욱 많은 빚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다.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통합공공임대주택 1가구를 공급할 때 발생한 부채는 2억8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1억7900만원에서 4년 만에 60.9% 늘어난 수치다. LH가 산정한 부채 발생액은 임대주택 실사업비에서 정부 출자금을 제외한 금액으로, 주택도시기금 융자와 공사채 발행 등 외부 차입으로 조달하는 비용이다.
통합공공임대는 영구·국민·행복주택을 하나로 통합해 저소득층과 청년 등에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임대 의무기간은 30년이다. 임대료 부담률은 소득수준에 따라 시세 대비 35∼90%로 차등 적용한다.
실제 사업비가 정부지원보다 빠르게 늘면서 LH가 차입으로 충당해야 하는 금액도 증가했다. 통합공공임대 1가구당 실사업비는 2021년 2억2600만원에서 작년 3억6500만원으로 61.5% 늘었다. 하지만 이 기간 정부지원단가는 1억5000만원에서 2억1100만원으로 4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재명 정부가 공공임대 공급 대폭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LH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공적주택을 올해 19만4000가구보다 12% 이상 많은 21만8000가구 공급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공공임대가 17만2000가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정부는 역세권 입지와 중형 평형 등을 반영한 보편형 임대주택 공급에 6조2000억원을 신규 투입한다. 주택도시기금의 통합공공임대 융자 예산도 올해 8236억원에서 내년 1조4063억원으로 70.8% 늘어난다. 통합공공임대 출자 예산은 1조4793억원에서 1조5497억원으로 4.8% 증가한다. LH의 부채비율은 임대주택 증가에 따른 차입 확대 등의 영향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LH 직접시행 확대도 향후 재무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LH는 택지를 민간에 매각할 시 토지 공급 단계에서 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지만 직접 주택을 건설하면 공사비를 추가로 조달한 뒤 분양·임대를 통해 자금을 회수해야 해 부채비율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성훈 LH 사장은 지난달 취임 간담회에서 직접시행에 따른 부채 증가 우려에 관해 “택지를 매각하지 않으면 분양이나 임대 시점까지 자금 회수가 늦어져 부채비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일단 내년엔 부채비율과 관계없이 자금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H가 최근 재정경제부에 제출한 2025∼2029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부채는 올해 197조5000억원에서 2030년 372조8000억원으로 175조3000억원 늘어난다. 부채비율은 올해 239.0%에서 내년 250.5%, 2028년 262.1%로 높아지고 2029년에는 260.3%를 기록할 전망이다. 문제는 현재 2029년까지의 재무 전망에는 작년 9·7 대책에서 발표된 LH 직접시행 확대에 따른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직접시행에 따른 추가 자금조달과 수익성 저하까지 반영하면 LH의 재무 부담은 현재 전망보다 커질 수 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