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본예산 총지출 800조원 시대를 열며 본격적인 확장재정 드라이브를 건다. 내년도 총지출을 전년 대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대폭 늘려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아동기본수당 신설과 청년 직접 지원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양극화 극복에 재정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제38회 국무회의를 열고 820조9000억원 규모의 ‘2027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내년도 예산안의 전년 대비 총지출 증가율은 12.8%(93조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법인세 급증으로 확대된 세수를 발판 삼아 미래 먹거리 육성과 불평등 완화를 위한 ‘생산적 확장재정’으로 기조를 전면 전환했다.
총수입은 전년보다 30.4%(205조6000억원) 늘어난 880조8000억원, 국세수입은 49.8% 증가한 584조4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지출 확대에도 세수가 크게 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3.9%에서 -0.1%로 대폭 개선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이 대통령은 “현재 세계는 AI 혁명과 에너지 대전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맞물리는 산업 질서의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며 “지금 우리는 저성장 고착화냐, 잠재성장률 반등이냐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내년도 예산안은 대한민국을 초격차 선도 국가로 도약시키는 든든한 디딤돌이자, 국민 삶 전반에 가시적 변화를 이끄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안이 언제나 절대적으로 옳은 것만은 아닌 만큼,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보다 발전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바라며 정치권의 대승적 협력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예산안의 핵심 축은 추가 세수를 재원으로 조성하는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이다. 정부는 기금 중 45조5000억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대 핵심 분야 사업비로 지출하고, 12조5000억원을 투입해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을 줄이기로 했다. 나머지 104조4000억원은 세수 변동 충격을 흡수하고 재정 여력을 보강하기 위한 여유자금으로 적립한다.
투자 분야는 ▲3대 메가프로젝트와 AI(21조3000억원) ▲미래 성장 엔진(62조8000억원) ▲청년 종합 지원(43조3000억원) ▲양극화 대응 및 모두의 성장(117조1000억원) ▲국민안전·평화(38조3000억원) 등 5대 중점 과제에 집중된다. 동시에 재량지출 절감(38조6000억원)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연동제 폐지 등 의무지출 절감(69조원)을 통해 총 107조6000억원 규모의 고강도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아울러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총지출이 2030년 1005조2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예산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승인하면 회계연도 개시 120일인 오는 3일까지 국회에 제출된다. 국회에선 각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위가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내년도 예산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