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고물가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늘어난 빚과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채무조정에 들어간 서민이 올해 상반기에만 1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속채무조정과 사전채무조정, 개인워크아웃을 합친 채무조정 확정자는 총 9만7199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보유한 총 채무액은 5조7426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확정자 수는 이미 지난해 연간 확정자(18만9062명)의 절반을 넘어선 수준으로, 현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연간 확정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채무조정 확정자 수는 최근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2년 12만1095명 수준에서 2023년 16만7370명, 2024년 17만4841명에 이어 지난해 18만9062명으로 급증했다. 불과 3년 만에 56.1%나 불어난 셈이다. 유형별로는 개인이 8만5044명(채무액 4조7422억원)으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자영업자도 1만2155명(채무액 1조4억원)에 달했다.
특히 연체 초기 단계(연체 기간 30일 이하)에서 신청하는 ‘신속채무조정’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신속채무조정 확정자는 2022년 1만6766명에서 지난해 5만3551명으로 3년 새 3배 이상 폭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2만7495명이 지원을 받았다. 60대 이상 고령층 등 상환 여력이 취약한 계층이 대거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90일 이상 연체된 장기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는 ‘개인워크아웃’ 확정자 역시 2분기에만 3만54명을 기록하며 최근 5년 내 분기 기준 최대치를 나타냈다.
더 큰 문제는 채무조정을 밟고 있는 성실 상환자들조차 극심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다시 빚을 내는 ‘다중 부실의 악순환’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신복위의 소액금융(성실상환자 대상 소액대출) 지원 실적을 보면, 신청 건수는 2만6703건(신청액 788억3500만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실제 지원이 이뤄진 인원은 2만1328명, 지원 금액은 624억7900만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권과 전문가들은 단순한 만기 연장이나 사후적 이자 감면 위주의 땜질식 처방만으로는 벼랑 끝에 몰린 취약차주의 근본적인 재기를 돕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장기화된 고금리 환경에서 한계 차주가 다시 빚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맞춤형 일자리 연계와 소득 회복 지원, 고금리 대출 갈아타기 및 선제적 재무관리 상담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