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용산공원 개발, 재개발 규제 완화 등을 놓고 갈수록 대립각을 키우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공조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연일 엇박자를 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정부 부처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용산공원 일대에 청년·신혼부부 대상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용산공원은 전체 면적이 약 300만㎡(약 90만7천평)인 대규모 도심 공원녹지다. 공원 전체 면적의 약 10분의 1 규모인 어린이정원이 공급 부지로 우선 거론된다. 정부는 어린이정원에 한정하지 않고 용산공원 전체를 대상으로 활용 가능한 부지가 있는지 두루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 대규모 신규 택지를 찾기 어려운 만큼 주택난 해소를 위해 용산공원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용산공원 전체의 녹지를 밀고 주택을 짓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공원·녹지로서의 기능을 일부 상실하고 있는 곳에 제한적으로 주택, 특히 청년주택을 공급하는 대안이 있을 수 있는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용산 주택 공급과 관련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며, 숙의·공론화 과정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적극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당정협의회를 열고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3·4인 가구용 주택들 외에 필요한 1·2인 가구용 공공주택이 시급하게 공급될 필요가 있다”며 용산공원을 비롯한 공공용지 활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서울시가 용산공원 개발에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고, 대치 국면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이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심 대규모 국가공원이라는 상징성과 효용, 미래 가치 등을 고려할 때 용산공원을 주택 공급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 시장은 지난 18일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해 용산공원 주택 공급에 반대한다는 뜻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시·국민의힘 서울시당 공동 주최 토론회에서도 “집값을 잡지 못한 책임을 용산공원으로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정부와 서울시는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놓고도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도심 주택 공급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규제 완화의 범위와 속도를 놓고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용적률 상향과 사업 절차 간소화는 물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까지 이뤄져야 민간 정비사업의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둘러싼 이 대통령과 오 시장의 시각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이날 용적률 규제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임대주택 비율 등의 완화를 제안했지만, 이 대통령은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지 집값을 폭등시킬 가능성을 높여서는 안 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부와 서울시 간의 부동산 정책 엇박자가 계속되면 시장의 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로서도 주택 공급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서울시와 최대한 견해차를 좁히려고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