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인 홈플러스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운명이 엇갈렸다. 홈플러스는 여전히 신선 코너에 주방 기기를 진열하는 모습이 연출되는 반면, 하림그룹 매각을 마친 익스프레스는 상품이 순차적으로 입고되며 정상화가 전개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운영자금이 추가로 투입되면 익스프레스처럼 매출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주요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메리츠는 지원 규모를 1000억원으로 제한하겠다고 못박으며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책임이 먼저라는 입장으로 맞섰다. 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해 필요한 2000억원 자금 마련이 불투명해지면서 파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 23일 홈플러스 이해관계자들에게 “회생계획안 인가를 열흘 앞둔 이날까지도 추가 자금 조달 계획에 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소명 자료가 제출되지 않고 있다”며 “회생계획안 배제 및 회생절차 폐지에 대한 의견을 오는 3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회생계획안 가결기간은 7월 3일인데, 2000억원 자금 조달 여부를 놓고 홈플러스와 메리츠의 공방이 이어지자 최후 통첩을 한 셈이다.
법원은 기한 내에 구체적인 조달 계획이 마련되지 않으면 회생계획을 인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채무자 기업이 밟을 수 있는 선택지는 사실상 파산뿐이다. 폐지 결정 이후 회생절차를 다시 신청하는 재도의(재신청)도 가능하지만,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MBK로부터 총 1000억원 규모의 DIP 대출을 받았다. 알짜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1206억원에 매각하는 절차도 최근 마무리됐다. 여기에 기여도가 낮은 37개 점포를 추가로 폐점하는 결단까지 내렸지만, 자금난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다. 이에 메리츠에 2000억원의 DIP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김병주 MBK 회장의 지급보증이 우선이라는 메리츠의 주장에는 2000억원 중 1000억원에 대해 연대보증이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법원의 최후통첩 이후에는 양측의 공방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청산 시 메리츠가 원금 외 5000억원 이상의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의도적으로 이행 불가능한 조건들을 내세우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메리츠는 지난 25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주주들께 올리는 글’을 통해 지원 규모는 기존 입장대로 1000억원으로 제한하겠다고 확인했다. 홈플러스를 위해 1000억원을 에스크로 계좌에 이미 입금했으며, 김병주 회장과 MBK가 보증하면 즉시 인출된다고도 전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 피해자들도 김 회장의 사재출연과 MBK의 직접 자본 투입을 촉구하고 있다. 피해자 비대위는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회생은 대주주가 먼저 책임을 부담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을 공정하게 나누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홈플러스 직원 대의기구인 한마음협의회는 협력사와 입점점주 등 총 1만1480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신문고를 통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청산이 현실화할 경우 지역 사회에 미칠 파장과 유통시장 지각변동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폐점 결정 전 잠정 영업 중단 상태였던 홈플러스 37개 점포 인근의 이마트·롯데마트 점포 매출이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