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이 살아났다. 토요타 RAV4가 새 세대로 넘어오며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인상이다. 이전 세대가 실용성과 신뢰를 앞세운 모범생형 SUV였다면, 올 뉴 RAV4는 훨씬 단단하고 각진 얼굴로 돌아왔다. 선을 접고 눌러 만든 듯한 차체는 전보다 카리스마가 강해졌고, SUV다운 존재감도 한층 뚜렷해졌다.
시승 코스는 인천 영종도와 무의도, 송도 일대였다. 해안도로와 교량, 도심 구간, 굽이진 길이 섞인 코스다. RAV4의 성격을 확인하기에 꽤 좋은 무대였다. 바람이 강한 해안도로에서는 차체 안정감이, 송도 도심에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매끄러움이, 무의도 쪽 굴곡진 길에서는 하체 완성도가 도드라졌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단정함이다. 올 뉴 RAV4는 운전자를 자극적으로 몰아붙이는 차가 아니다. 대신 차체 움직임을 차분하게 눌러 잡고, 불필요한 출렁임을 줄이며, 노면 충격을 깔끔하게 걸러낸다. 무게중심이 낮게 잡힌 듯한 안정감도 좋다. 차가 높은 SUV임에도 좌우로 흔들리는 느낌이 적고, 방향을 바꿀 때 차체가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느낌도 거의 없다.
승차감은 동급에서 상당히 돋보인다. 비슷한 체급의 SUV들과 비교하면 올 뉴 RAV4는 노면을 대하는 태도가 더 여유롭다. 잔진동은 부드럽게 지우고, 큰 충격은 둔탁하게 넘긴다. 과하게 물렁하지도, 불필요하게 단단하지도 않다. 가족용 SUV로서 중요한 지점, 즉 운전자와 동승자가 모두 편안해야 한다는 조건을 꽤 정교하게 맞췄다. 까다로운 국내 SUV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보는 승차감 항목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파워트레인별 성격 차이도 분명했다. HEV는 RAV4의 기본기를 가장 잘 보여준다. 출발은 조용하고, 도심에서는 전기모터가 자연스럽게 개입한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필요한 만큼 힘을 보태며, 연비형 SUV 특유의 답답함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일상 주행과 가족 이동을 생각하면 가장 균형 잡힌 선택지다.
PHEV는 다른 차에 가깝다. 전기 주행 비중이 커지면서 차가 한층 조용하고 묵직해진다.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만들어내는 힘 덕분에 가속 반응도 한결 여유롭다. 단순히 “충전 가능한 RAV4”라기보다 전기차 감각과 하이브리드의 장거리 안정성을 함께 노린 모델에 가깝다. 도심에서는 조용하고, 고속 구간에서는 여유가 있다. RAV4라는 이름 안에 조금 더 고급스러운 주행 감각을 담은 모델이다.
GR 스포츠는 또 다른 결을 보여준다. 과장된 스포츠 SUV는 아니지만, HEV나 일반 PHEV와는 체감이 확연히 다르다. 스티어링 반응은 더 또렷하고, 하체는 한층 조여져 있다. 코너를 통과할 때 차체가 가볍게 흩어지지 않고, 운전자가 원하는 선을 따라 단단하게 버틴다. 패밀리 SUV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운전 재미라는 작은 향신료를 꽤 진하게 뿌렸다.
다만 GR 스포츠의 일부 편의사양 구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주행 감각과 디자인 차별화가 뚜렷한 모델임에도, 타 모델이 45W 충전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GR 스포츠는 15W 충전에 머무른다. 여기에 통풍시트가 제공되지 않는 점도 국내 소비자 눈높이를 고려하면 옥에 티다. 주행 완성도가 워낙 좋아 더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실내는 화려함보다 쓰임새에 집중했다. 조작계는 직관적이고, 시야는 넓다. 운전석에서 차체 모서리를 가늠하기 쉽고, 도심 주차나 좁은 길에서도 부담이 크지 않다. 최근 SUV들이 디스플레이 크기와 장식성 경쟁에 몰두하는 것과 달리, RAV4는 필요한 기능을 정확한 자리에 배치하는 쪽에 가깝다. 토요타다운 질서감이다.
물론 국내 시장은 만만하지 않다.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SUV는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이 강하고, 수입 SUV 시장 역시 독일 브랜드와 전기 SUV가 촘촘히 버티고 있다. 그럼에도 올 뉴 RAV4는 승산이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디자인은 더 강해졌고, 주행감은 더 안정적이며, HEV·PHEV·GR 스포츠가 각기 다른 소비자를 향해 선명하게 나뉜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보는 요소와 잘 맞는다. 연비, 내구성, 승차감, 실내 공간, 브랜드 신뢰도. 여기에 이전보다 선명해진 디자인까지 얹었다. 튀는 차는 아니지만, 오래 타도 질리지 않을 차다. 조용히 잘 만든 차가 결국 오래 팔리는 시장의 법칙을 RAV4는 알고 있다.
영종도에서 출발해 무의도와 송도를 거치는 동안 올 뉴 RAV4는 자신을 크게 과시하지 않았다. 대신 차분하게, 꾸준하게, 그리고 꽤 설득력 있게 자신의 장점을 보여줬다. 새 RAV4는 더 각진 얼굴을 얻었지만, 본질은 여전히 토요타답다. 단단하고 정직하며, 가족을 태우고 먼 길을 가기에 좋은 SUV다.
올 뉴 RAV4는 전 세대보다 확실히 당당해졌다. 각진 디자인은 존재감을 키웠고, 주행감은 동급 최고 수준의 안락함과 안정감을 보여준다. HEV, PHEV, GR 스포츠가 각각 다른 차처럼 느껴질 만큼 성격도 분명하다. GR 스포츠의 충전 성능과 통풍시트 부재는 아쉽지만, 전체 완성도를 크게 흔들 정도는 아니다. 까다로운 국내 SUV 시장에서도 충분히 인기몰이를 할 만한 모델이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