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거관리에 대한 총체적 부실이 낳은 인재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일선 시구 선관위가 상황을 안이하게 인식하고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데다 중앙선거관리위의 지휘도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표용지 부족사태 진상규명위원회는 이날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연 브리핑에서 선관위의 부실한 대응으로 일선 현장이 극심한 혼란을 겪는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진상규명위에 따르면 서울시 선관위는 지방선거일인 지난 3일 오전부터 투표용지 부족 가능성에 대한 보고를 받은 걸로 파악됐다.
송파구 선관위 직원이 투표용지 부족을 우려해 11시 40분쯤 예비 투표용지에 사용할 투표용지 일련번호를 문의했고, 18분 뒤에는 송파구 선관위 간사와 서기가 모인 단체 채팅방에 투표용지 부족 대처방안에 관한 질문도 올라왔다고 한다.
이에 시 선관위는 같은날 오후 1시 49분과 오후 3시 5분 예비용 투표용지인 무번호 투표용지에 일련번호를 부여했다.
하지만 전국 상황을 통제하는 중앙선관위에는 이런 사실을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러한 안이한 대처는 송파구 소재 투표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투표가 중단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송파구 선관위 단체 채팅방에는 3시를 넘겨 투표용지를 배송해달라는 직원들의 다급한 요청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적기 대응이 안 되면서 4시11분 잠실4동 5투표소의 투표 중단을 시작으로 4시 12분에는 가락2동 3투표소가, 4시 38분 문정2동 2투표소의 투표가 차례로 멈춰섰다.
4시 46분 투표가 중단된 잠실7동 2투표소에서는 재개를 기다리는 선거인에게 번호표를 발급했다.
비슷한 시각 송파구 선관위는 서울시 선관위에 무번호 투표용지에 일련번호를 기재하지 않고 배부해야 할 정도로 투표용지 부족이 심각하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서울시 선관위는 5시10분부터 인근 투표소의 잔여 투표용지를 활용할 것을 안내했다.
또 5시20분에는 사전투표용 투표용지 발급기를 통한 투표용지 발급을 논의하는 등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이후 오후 6시에는 잠실7동 2투표소에 인근 투표소의 잔여 투표용지 200매가 지급됐다.
시 선관위는 번호표를 배부받은 유권자 17명이 투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8시40분 투표 마감 시각을 10시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10시까지 5명이 추가로 투표를 마쳐 최종적으로 12명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투표를 마감했다.
진상규명위는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각급 선관위 전반의 허술한 보고체계와 부실한 위기 대응 방식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현장의 보고를 받고도 대응에 나서지 않은 시 선관위의 안이한 태도를 지적했다.
시 선관위는 4시 46분 송파구선관위로부터 투표용지 부족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중앙위원회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
조현욱 위원장은 “서울시 위원회는 안이한 태도로 일관해 송파구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투표용지 부족을 예상해 적절한 지휘체계를 가동하고 신속히 대응했더라면 이러한 사태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송파구 선관위의 상황 대응과 보고 체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무번호 투표용지에 일련번호를 기입하는 과정에서 넘버링(숫자 기입) 기계의 사용법을 숙지하느라 시간을 소요했고, 구 선관위 직원이 직접 투표용지를 투표소에 배송하는 동안 각 동 투표소의 상황을 살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태를 총괄해야 할 중앙선관위 역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뒤인 5시 무렵에서야 민원인 항의 전화로 사태를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위원장은 “상급위원회에 대한 신속한 보고체계가 전혀 작동되지 않았고, 상급위원회 지휘권도 전혀 발동되지 않고 있었다”며 “보고체계 마비 및 선거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상태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