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달성에 지역 균형발전까지…반도체 공장 호남 유치론 힘 실리나

정치권·반도체 업계 안팎서 호남 반도체 투자설 솔솔
재생에너지·저렴한 부지 등 장점…지방 균형 발전에도 부합
"후공정 패키징 공장 설립 가능성…대형 팹 건설은 장기적 관점 검토"

사진/ 

SK하이닉스가 19조원을 투자해 P&T7를 짓고 있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부지. 이병기 SK하이닉스 양산총괄은 지난 4월 충북 청주시 소재 P&T7 착공식에서 “지역 사회와 긴밀히 소통하며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 상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제공

 

 최근 호남 지역에 반도체 공장 투자설이 흘러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수도권·충청권 이외의 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경우 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거란 우려가 나오는 반면, 지역 균형 발전 및 친환경 전력 확보의 용이성 등을 고려하면 호남 지역이 최적의 입지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8일 정치권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권에 반도체 신규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 회사 모두 호남 투자설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호남에 반도체 공장이 세워지면 수도권에 견줘 산업 인프라가 낙후된 지역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형배 전남광주특별시장 당선인은 지난 8일 인수위원회 출범식에서 “통합특별시에 반도체 관련 투자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삼성전자가 광주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반도체 전공정 공장이 용인과 평택을 중심으로 투자가 확대되고 있어 광주에는 후공정 공장 설립 가능성이 나온다. 후공정 패키징은 검사 등을 거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종 제품으로 조립 생산하는 과정으로, 반도체 전공정 팹(fab)에 비해 전력과 용수를 적게 사용해 입지 조건이 다소 부족한 곳에도 투자가 가능하다. 다만 투자 및 고용 유발 효과는 대형 팹에 비해 크지 않은 편이다. SK하이닉스도 패키징을 비롯한 일부 후공정 시설을 호남에 둘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풍부한 태양광 전력 덕에 반도체 기업의 RE100 달성에도 유리하다는 점에서 호남이 반도체 시설 투자에 적합한 입지라는 평가도 나온다. 애플, 구글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핵심 수요처들은 공급사의 RE100 이행 여부를 부품(제품) 구매의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저렴한 부지, 용수 확보의 용이성 등도 호남이 가진 메리트다.

 

 강위원 전라남도 경제부지사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호남 반도체 시대 임박’ 제목의 글에서 “삼성과 SK 등 글로벌 기업의 가공할 만한 반도체 투자는 역사적인 ‘K-호남시대’의 등장을 세상에 선포하는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부시자는 “부지 5만~10만평, 고용 500~2000명 규모의 HBM 패키징 팹을 당당히 입주시킬 것”이라면서 “이는 호남 반도체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진짜 판을 바꾸려면 대형 팹이 와야 한다”면서 “팹 1기당 부지 20만평, 전력 1GW, 용수 20만t 정도의 가공할 인프라가 필수적인데, 대한민국에서 이 거대한 인프라를 감당하며 즉시 착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지는 (전남 해남 소재) ‘솔라시도’뿐”이라고 역설했다. 솔라시도는 RE100 기반 에너지 자립도시를 지향한다.

 

 반도체 공장 투자 결정 과정에서 투자 효율성과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가치가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치적 입김이 기업의 투자결정에 지나치게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6일 해당 사안에 대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권 논리에 좌우되지 않도록 유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호남에 반도체 투자를 검토하는 방안은 오는 29일 청와대에서 예정된 주요 그룹 총수 간담회에서도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와 여당은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지방에 반도체 공장 두는 내용을 추진 중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후공정인 패키징 공장은 대형 팹과 조금 떨어져 있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 HBM용 패키징 공정이라면 기존 범용 메모리보다 훨씬 부가가치가 높다”면서 “다만 반도체 생태계가 갖춰지지 않은 호남에 당장 대형 팹을 세우는 건 다소 무리라서 장기적 계획을 수립한 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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