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무책임한 경영진 퇴진”… 카카오 첫 파업, 800명 ‘판교 가두행진’

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10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인근 판교역로에서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10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인근 판교역로에서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무책임한 경영진은 사퇴하라”

 

 창사 20주년 카카오의 첫 파업이 현실화 됐다. 카카오의 노동조합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10일 오전 10시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3시까지 부분 파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조에 따르면 본사 기준 1000여명, 전체 법인 기준 1500명 이상이 동참했다.

 

 이들 조합원은 카카오의 실질적 본사인 경기 성남시의 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집회를 가졌다. 특히 정오부터 약 1시간 동안 판교 일대를 가두행진하며 경영진 사퇴와 고용안정 쟁취 등을 외쳤다.

 

 이날 파업에 나선 법인은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다. 이들 법인에 소속된 노조 조합원들은 ‘단결 투쟁’이 적힌 검은 옷을 입고 은색 양산을 챙겨 광장에 모였다. 그리고 ‘고용 안정 쟁취! 무책임한 경영진 퇴진!’과 ‘카카오 파업 승리로 공동교섭 쟁취하자’라는 문구가 양면에 새겨진 손 팻말을 나눠 들었다.

 

 이들은 “이번 파업의 주요 원인이 성과급이 아니라 권리와 이득만 챙기고 책임은 지지 않는 경영진의 행태에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10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10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가두행진은 정오쯤 판교아지트 앞에서 출발했다. 경찰은 이날 행진에 500명이 참여했다고 추정했고 노조 측은 800여명이 함께했다고 밝혔다. 행진에는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 조합원뿐만 아니라 화섬노조 IT위원회 소속인 네이버 등 노조 관계자도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H스퀘어까지 약 800m 거리를 약 1시간 동안 행진하며 “고용 안정 쟁취”, “경영진 퇴진” 등 구호를 외쳤다. 이 행렬은 넥슨, 엑스엘게임즈, NC소프트, 네오위즈 등 판교 일대 IT기업 사옥 앞을 지나쳤다. 특히 NC 사옥 앞에서는 “NC소프트 IT 동지들에게 우리의 현실을 알리자”며 함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행진이 점심시간에 이뤄지면서 목에 NC AI, SK플래닛 등 인근 회사의 사원증을 맨 직장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사진을 찍고 “카카오 파업인가 봐" "어쩐지 방송 카메라가 많더라” 등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의 가두행진을 인근 타 회사 직장인들이 지켜보고 있다. 박재림 기자
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의 가두행진을 인근 타 회사 직장인들이 지켜보고 있다. 박재림 기자

 

 행진은 도로의 한 개 차선에서 이뤄졌고 경찰 인력 등을 합쳐도 두 개 차선만 이용해 교통에 큰 방해가 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였다. 교차로를 지날 때는 이전보다 빨리 걸으면서 방해가 되지 않으려는 모습도 있었다.

 

 노조 측은 부정하고 있지만 이번 파업으로 귀결된 카카오 노사 갈등의 직접적 배경은 결국 성과급 산정 방식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본사의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4%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안과 500만원 규모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성과급에 포함할지를 두고 입장차를 보였다.

 

 여기에 일방적인 성과급 보상 집행 통보, 경영진과 직원 간 보상 차등액 확대, 노동시간 초과, 반복된 교섭대표 교체 등에 대한 불만도 누적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10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인근 판교역로에서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10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인근 판교역로에서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이날 집회와 가두행진에서 자주 언급된 카카오 계열사 고용 안정 문제도 주요 쟁점이다. 노조는 일부 카카오 공동체 법인의 사업 재편과 경영진 의사결정 과정이 구성원들의 고용 불안을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정신아 카카오 대표 체제의 쇄신 과제와 홍민택 전 최고제품책임자(CPO) 퇴사 등 리더십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이번 갈등은 단순 임금 교섭을 넘어 조직 신뢰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홍 전 CPO는 지난해 사용자들 사이에서 비판거리가 된 카카오톡의 전면적 개편을 포함해 카카오의 프로덕트 조직을 총괄한 인물이다.

 

 이날 카카오 노조의 가두행진을 지켜 본 카카오 계열사 직원 A씨는 “우리 회사는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부디 잘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카카오 노조는 오는 29일 추가 파업을 예고했다. 

 

카카오의 실질적 본사인 판교아지트 입구. 박재림 기자
카카오의 실질적 본사인 판교아지트 입구. 박재림 기자

 

성남=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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