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지키는 방위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정작 내부 인력의 안전에는 소홀했다. ‘K-방산’의 선봉에 섰으나 반복된 사업장 폭발 사고로 희생자들이 끊이지 않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얘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대전사업장의 폭발 사고로 5명 사망자와 2명 부상자가 나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안전 업무를 전담하는 임원이 없다. 이 회사의 안전 관련 최고 직책은 ‘환경안전보건(ESH) 실장’인데 부장급이 맡고 있다. 회사 안전을 총괄하는 핵심 직책을 임원이 아닌 부장급 직원인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보다 규모가 방산업체인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와 현대로템은 안전 전담 임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LIG D&A는 안전환경실을 두고 있고 임원이 조직을 이끌고, 현대로템도 전무급이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O)를 겸하는 가운데 산하 조직인 안전경영지원실장 역시 상무가 맡고 있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부장급이 ESH실 산하 안전경영팀장을 겸하면서 CSO 역할까지 수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사고가 난 대전사업장에서는 이전부터 폭발에 따른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8년 5월 폭발사고로 5명이 숨졌고, 이듬해 2월 3명이 사망하는 폭발사고가 있었다. 두 차례 사고로 총 568건의 법 위반 사항을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적 받으며 179건이 사법처리 되고, 3억8000만원 규모 과태료가 부과됐다.
2018년 사고 직후 특별감독에 나선 노동부는 대전사업장에 12명 규모의 환경안전팀이 있지만, 사내 권한이 약한 탓에 실제 안전관리 업무를 각 공실에서 알아서 수행하고 있어 근로자 안전·보건 총괄 관리 체계가 사실상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공정안전관리(PSM) 등급을 최하위인 ‘M-’ 등급으로 강등시켰다.
그럼에도 9개월도 지나지 않아 폭발 사고가 반복됐고 그때도 노동부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안전보건관리자 직무 소홀, 주요 안전보건 표지와 작업자 안전보건 교육 미흡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약 7년 만에 또 다시 폭발사고가 일어나며 7명 사상자가 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방산 ‘빅4’ 가운데 매출, 영업이익, 수주 잔고 등 지표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린다. 지난해 연결 기준 실적(매출 26조6078억원, 영업이익 3조345억원)에서 LIG D&A(매출 4조3069억원·영업익 3229억원), KAI(매출 3조6964억원·영업익 2692억원), 현대로템 방산부문(매출 3조2153억원·9563억원)을 크게 앞섰다.
올해 1분기 수주잔고(지상방산 부문)를 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역대 최대인 39조7000억원을 찍었다. KAI(26조5532억원), LIG D&A(25조3100억원), 현대로템 방산부문(10조1021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이처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수년간 호실적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일찌감치 안전 관련조직을 강화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대기업의 경우 대외적 의지 표명의 차원에서라도 임원에게 안전보건 부서장을 맡긴다는 점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전문가도 있다.
부장급이 안전 분야 책임자를 맡고 있는 것에 대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안전 관련 조직의 수장이 부장급이면 예산 확보, 인력 충원 등 핵심 의사결정에 관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현장 운영과 생산 일정에 제동을 걸거나 사내 우선순위를 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날 대전 유성구청에서 열린 이번 사고 브리핑에서 가재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장은 “타성과 관성에 젖어 기존 작업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수십 년 된 관행들을 따라 이행했던 게 실패의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고 사과하며 “새롭고 진보된 기술을 받아들여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국방을 책임지는 기업으로써 다시 일어서야 하는 만큼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새롭게 안전장치를 하도록 많은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도 “피해 본 동료와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큰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도 사죄드린다”며 “대표이사로서 어떤 책임과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