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유가 충격’에 5월 물가 3.1% 폭등…한은 “당분간 3%대 고착화”

2일 오전 한 시민이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고 있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석유류 가격 상승폭이 커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였다. 5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4.2% 상승했다. 뉴시스
2일 오전 한 시민이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고 있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석유류 가격 상승폭이 커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였다. 5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4.2% 상승했다. 뉴시스

 

#서울에서 경기도로 자차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A씨(38)는 최근 주유소에 들를 때마다 한숨이 깊어진다. A씨는 “경유 가격이 자고 나면 올라 있어서 이제는 가득 채우면 10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기름값이 무서워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A씨의 부담은 출퇴근길에만 그치지 않는다. 다가오는 여름휴가를 위해 알아본 해외 항공권과 렌터카 비용도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올랐다. 그는 “결국 올해는 휴가지를 국내 근교로 바꾸거나 일정을 줄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고유가 장기화 여파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돌파하며 2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올해 초 2.0% 안팎을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이던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석유류 24.2% 폭등…체감물가·서비스 가격 전방위 확산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상승했다. 이는 전월 상승률(2.6%)과 비교해 한 달 만에 0.5%포인트나 급등한 수치다. 2024년 3월(3.1%)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이번 물가 상승을 견인한 것은 교통과 석유류다. 지출목적별로 살펴보면 교통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11.6% 뛰어오르며 전체 물가를 1.17%포인트 밀어 올렸다. 품목성질별로는 공업제품이 4.2% 상승한 가운데 석유류가 24.2% 폭등했다.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0.92%포인트에 달했으며, 경유(33.3%), 휘발유(23.1%), 등유(21.7%)가 일제히 급등했다.

 

유가 충격은 서비스 가격으로 전이됐다. 서비스 물가는 2.8% 상승해 전체 물가를 1.56%포인트 끌어올렸다. 개인서비스가 3.7% 오른 가운데 외식(2.6%)과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4.4%) 모두 상승했다. 특히 보험서비스료(13.4%), 해외단체여행비(26.3%), 승용차임차료(25.7%) 등 여행·보험 품목의 상승세가 두드러졌고 공공서비스(1.8%)와 집세(1.0%)도 올랐다.

 

2일 오전 한 시민이 서울의 마트 수산 코너에서 생선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0.8% 하락한 반면 축산물(5.8%)과 수산물(5.0%)은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돼지고기(5.8%), 국산쇠고기(4.2%), 달걀(10.2%), 수입쇠고기(7.6%), 갈치(15.1%), 조기(14.6%), 쌀(13.5%) 등의 상승폭이 컸다. 뉴시스
2일 오전 한 시민이 서울의 마트 수산 코너에서 생선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0.8% 하락한 반면 축산물(5.8%)과 수산물(5.0%)은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돼지고기(5.8%), 국산쇠고기(4.2%), 달걀(10.2%), 수입쇠고기(7.6%), 갈치(15.1%), 조기(14.6%), 쌀(13.5%) 등의 상승폭이 컸다. 뉴시스

서민 지갑 사정을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는 3.3% 상승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식품이 2.1%, 식품 이외가 4.2% 올랐다. 체감물가가 3%대 중반에 근접하면서 가계가 느끼는 고통은 지표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농축수산물은 2.2% 상승했다. 축산물(5.8%)과 수산물(5.0%)이 오른 반면, 농산물은 0.8% 하락했다. 쌀(13.5%), 달걀(10.2%), 돼지고기(5.8%) 등이 올랐으나 양배추(-43.9%), 무(-27.5%), 배(-17.8%) 등은 내렸다. 신선식품지수는 1.4% 떨어졌다. 품목별로는 신선채소(-4.9%)와 신선과실(-2.8%)이 하락세를 주도했으나, 생선 및 조개류는 5.7% 급등했다.

 

기초적 물가 압력을 뜻하는 근원물가도 오름폭을 키웠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와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모두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2.5%씩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지표까지 오르면서 물가 압력이 전방위로 번지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한국은행 “당분간 물가상승률 3%대 고착화”

 

한은은 이날 오전 이지호 조사국장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최근 물가 흐름과 향후 전망을 집중 분석했다. 한은은 이번 물가 상승이 일시적 반등에 그치지 않고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국장은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 고조 등 중동발 유가 충격이 시차를 두고 여타 부문으로 점차 파급되고 있다”며 “이번달 물가상승률 역시 석유류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감에 따라 당분간 3%대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은은 생활물가지수 급등이 경제 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임금 인상 요구와 제품 가격 추가 인상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공급 측면의 물가 불안 요인이 서비스와 근원물가로 완전히 착근되지 않도록 상당한 경계심을 갖고 물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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