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특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는 가운데 초과이익을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반도체 기업의 성과엔 정부 지원 등 공공의 역할이 적지 않았으니 이에 따른 이익을 협력업체나 소외된 노동자 등을 위해 재분배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초과이익 기준 산정, 시장경제 원칙 훼손 우려 등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31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조만간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정책 가능성 모색에 관한 긴급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최근 출입기자단 차담회에서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어떻게 사회적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사회적 대화밖에 없다”며 화두를 던졌다.
AI 시대 속 일부 기업에 집중된 막대한 초과이익을 어느 이해당사자까지,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 것인지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김 장관의 발언은 대기업 초과이익을 국민배당 방식 등으로 나누겠다는 것이 아닌, 기존 성과인센티브가 정규직 중심인 만큼 협력업체나 하청에도 초과이익이 나눠질 수 있도록 재분배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초과이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다. 경제학 관점에서 초과이익은 정상 이익을 넘어서 얻은 모든 이익을 뜻한다. 김 장관은 초과이익을 세금, 이자 비용, 감가상각비, 판매·관리비 등을 빼고 남은 이익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기업은 이미 세금 납부와 고용 창출 등으로 사회적 역할을 하는 만큼 초과이익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고 분배의 몫으로 정할지부터 불명확하다. 업황 사이클에 따른 일시적 어닝 서프라이즈 등이 발생하는 변동성이 큰 업종에서는 특정 시기의 고수익만으로 초과이익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재분배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만 약 1000곳이고, 2·3차 협력사와 연계한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을 더하면 수천곳에 달하는 만큼 어떤 이해당사자까지 분배 대상에 포함할지 결정이 어렵다.
기준이 마련된다고 해도 또 다른 반발이 불가피하다. 초과이익의 사회적 재분배가 시장경제 핵심인 사유재산권과 경영 자율성 등을 훼손할 수 있다. 노동부는 정부 개입에 선을 그으며 사회적 대화를 강조했지만 기업의 이익 배분 논의에 정부가 참여한다는 것 자체로 시장경제 근간을 흔든다는 비판이 많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 이익은 미래를 위한 기업의 경영 자원임을 분명히 했다. 경총은 이날 회원사에 배포한 권고문에서 “기업의 이익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 고용, 연구개발, 재무구조 개선 등에 활용되어야 하는 경영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성과급 배분 등을 두고서 총파업 직전에까지 이르는 등 삼성전자 노사가 극심한 갈등을 빚은 사례를 염두에 둔 입장 표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사회적 기여분에 대해 재분배를 논의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의 세제 지원,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이 반도체 기업의 초과이익에 기여한 측면도 크기 때문이다. 한 예로 오는 8월 시행을 앞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과 보조금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구개발(R&D) 및 시설 투자에 대한 자금 보조, 세액 공제 등 실질적 지원 근거도 마련됐다. 노동부는 당초 1일 긴급토론회를 열고 사회적 대화의 물꼬를 튼다는 계획이었지만 다양한 의견 수렴 등을 이유로 토론회를 연기하기로 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