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지난해 7월 이후 8회 연속 동결이다. 수출 호조로 성장세가 예상보다 확대되고 있지만, 중동전쟁 여파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현 수준에서 경기와 물가 흐름을 더 지켜보겠다는 판단이다.
한은 금통위는 28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50%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0%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GDP 성장률은 2.1%,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7%, 내년 2.3%로 제시했다
국내 경기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투자 확대, 양호한 소비 흐름이 이어지면서 성장세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평가됐다. 한은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급 차질 영향이 다소 커질 수 있지만 반도체 경기 호조와 추가경정예산 등의 영향으로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빅테크 기업의 인프라 투자 수요가 반도체 수출을 뒷받침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2월 제시한 2.0%에서 2.6%로 0.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물가 전망도 높아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 급등 영향으로 2.6%까지 높아졌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2.2%를 유지했지만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후반을 나타냈다. 한은은 국제유가 상승의 파급 영향이 확대되는 가운데 소득 증가에 따른 수요 압력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보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올렸다. 근원물가 전망도 2.1%에서 2.4%로 상향했다.
금융안정 리스크도 동결 결정의 주요 배경으로 제시됐다. 한은은 “국고채 금리가 국내외 인플레이션 우려와 통화정책 기대 변화 등으로 큰 폭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도 미 달러화 강세와 외국인 주식 순매도 지속으로 1500원 내외 수준으로 다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주택가격은 오름세가 다시 확대됐고, 가계대출은 제한적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주택 관련 대출 증가폭은 다소 커졌다.
향후 정책방향은 기존보다 매파적으로 바뀌었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성장은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견조한 개선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보면서도 “물가상승 압력과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 등을 결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에는 금통위원 5명이 동결에 찬성했지만 장용성 위원과 유상대 위원은 기준금리를 2.75%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도 인상 쪽으로 기울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