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등 보상 체계를 둔 카카오 노사의 갈등이 노조의 다음달 파업 선언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IT 기업들의 도미노 파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보상 구조 등을 놓고 2차 조정에 나섰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로써 카카오 노조는 쟁의행위를 벌일 법적 권한을 갖게 됐고, 박성의 카카오 노조 수석부지회장은 6월 중 파업을 예고했다. 구체적인 시점과 방식, 범위는 내부 논의를 거쳐 확정할 방침이다.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 보상 체계다. 노조는 회사 실적이 개선됐음에도 일반 직원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성과급 지급 기준 명확화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보상 체계의 제도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측은 여러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쟁의권을 확보한 카카오 본사 외에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부터 카카오페이,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까지 4개 계열사도 파업이 유력한 상황이라 공동 총파업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전면 파업은 IT 업계에서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제조업 등 전통적 대기업과 달리 수평적 조직 문화와 개인 성과 보상을 강조하는 업계 특성이 그동안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카카오 노조의 파업 예고를 두고 업계에서는 앞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과 맞물려 대중의 부정적 시선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카카오 내부에서 연봉 체계와 성과급 배분 방식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고, 조직 경쟁력 약화와 인력 유출에 대한 문제의식도 커지면서 오늘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노조가 보상 체계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요구할 명분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는 카카오만의 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으로 불씨를 옮겨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카카오 노조가 민주노총 산하 조직이라는 점에서 업계 내 연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지난 20일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결의대회에는 카카오 노조와 함께 네이버·넥슨 등 IT 분야 노조 연대체인 전국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도 가세한 바 있다.
현재로서는 다른 IT 기업 노조와의 구체적인 연대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카카오 노사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방식에 합의할 경우 유사한 보상 체계 요구가 IT 기업 전체로 동시다발적으로 퍼질 수도 있다. 카카오의 협상 결과가 업계 노조의 협상력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기준선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동통신 업계의 분위기도 유사하다. LG유플러스 노조의 경우 수년 전부터 요구한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및 제도의 투명화를 고수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 21일 4차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통상 8~9월에 임금단체협약을 마무리하는 KT도 그간 ‘영업이익의 10% 연동’ 성과급 제도를 유지해왔으나 최근 산정 기준을 변경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 노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스타트업 진영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표적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RSU 지급 여부를 포함한 계약 조건 자체가 합류 시점, 개인 역량 등 개별 변수에 따라 달리 책정되고 있다.
업계가 카카오에 주목하는 데는 시점의 문제도 있다. 국내 주요 IT 기업들이 AI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속도를 올리는 시기에 노사 갈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가 막대한 자원을 쏟아 부으며 AI 패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IT 업계 전반에서 파업이 발생한다면 로드맵이 흔들리는 중장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