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종전 분위기에 국제유가 급락… 완전 ‘정상화’ 요원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주간 평균 가격이 8주 만에 소폭 하락 전환한 25일 서울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주간 평균 가격이 8주 만에 소폭 하락 전환한 25일 서울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중동 전쟁이 곧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하지만 국제유가의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주요 외신들의 전망이다.

 

 26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7월 인도부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7.15% 하락한 배럴당 96.14달러다. 브렌트유가 100달러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말 이후 거의 한 달만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훈풍을 탄 것이 배경이 됐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현지 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합의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가까워지고 있다.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미국과 이란이 휴전 60일 연장 및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을 골자로 한 합의안에 근접했다고 미국 매체의 단독 보도도 있었다.

 

그사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들이 잇따라 통과하며 제한적인 운항 재개 신호를 보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지난 22일 유조선, 컨테이너선, 기타 상선 등 35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고 23일에도 추가로 25척이 해협을 지났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에 이날 보도 따르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선박 3척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이 선박들이 호르무즈를 무사히 지나간 것은 해협의 통행이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만 하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유가 역시 크게 떨어지며 희망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재개방되면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비료 가격 급등으로 촉발된 전 세계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금리 인하 기조를 뒤집었던 연방준비제도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도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 60일 연장 및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을 포함한 MOU 체결을 앞뒀다고 단독 보도한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과 이란이 휴전 60일 연장 및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을 포함한 MOU 체결을 앞뒀다고 단독 보도한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 홈페이지 갈무리

 

 그럼에도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급락했다는 국제유가는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배럴당 20달러 이상 높은 수준. 종전 협정안에 따른 실질적 혜택이 나타나기까지는 수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통되더라도 즉각적인 공급 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페르시아만에 묶인 선박 약 2000척의 재배치와 이란의 공격으로 손상된 유전과 LNG 플랜트 복구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S&P 글로벌 역시 완전히 가동을 멈춘 일부 유전을 재가동하는 데 최대 7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해운사들이 운항 재개를 위해 상당 기간의 안정적인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도 즉각적인 유가 정상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술탄 알 자베르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 최고경영자는 “분쟁이 내일 당장 끝나더라도 전쟁 전 물동량의 80%를 회복하는 데 최소 4개월이 걸리고, 완전 회복까지는 내년 1∼2분기는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회의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말 바꾸기’와 오락가락 행보에서 비롯된다. 이날도 미국은 이란 남부 지역을 전격 공습했다. 미군 측은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이뤄진 방어적 조치였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란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 등을 놓고 양국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향후 협상 진행 상황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이번 공격은 이란 대표단이 종전을 위한 회담을 위해 카타르에 도착한 시점에 발생했다”며 “깨지기 쉬운 잠재적 합의안을 뒤엎을 위협이 됐다”고 지적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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