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돌입을 불과 90분 앞두고 삼성전자 노사가 극적으로 잠정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지만, 이번 사안이 산업계 안팎에 남긴 숙제는 적지 않다. 삼성전자의 사업부별 성과급 수령 규모를 두고선 노노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식의 요구가 다른 기업이나 다른 업종으로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기업 내부의 임금협상에 대해 정부가 어느 선까지 개입해야 하는지도 논쟁거리다.
2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오후 10시 30분경 2026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사후조정 등을 통한 합의 도출에 실패하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중재자로 나선 끝에 극적인 타결을 이뤄냈다. 김 장관은 “성과급 분배 방식을 두고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해서 해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날 예고된 총파업을 미루고 정상 출근했다. 노조는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10시까지 2026년 임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실시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잠정합의안 도출에도 삼성전자 임직원 간 갈등은 쉽사리 해소하기 어려워 보인다.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사업부별 성과급 규모가 천양지차라서다.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내 메모리 사업부 임직원들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에 특별경영성과급을 합쳐 올해 최대 6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DS부문 내에서도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는 흑자 전환이 어려워 보이지만 예상 성과급 수령액은 3억원 중반대에 이른다. 반면 모바일 및 TV·가전사업 등의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는 기존 OPI 이외에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받는 데 그친다. DX부문 소속 노조원들은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가 이번 성과급 협상 국면에서 DS부문의 이익을 챙기는 데 급급했다고 비판한다.
삼성전자 사례를 계기로 향후 비슷한 유형의 갈등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들어 회사가 거둔 영업이익 등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가 부쩍 느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LG유플러스 등의 노조가 이러한 식의 목소리를 낸다. 이러한 흐름은 IT업계로도 퍼지는 모습이다. 카카오 5개 법인이 지난 20일 진행한 파업 찬반 투표안건은 모두 가결됐다. 이들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워낙 노동경직성이 심한 나라인데, 노란봉투법 시행 등이 맞물리며 향후 이러한 노사 분쟁이 확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돼 버렸다”고 분석했다.
성과급 규모를 산정하는 건 어디까지나 기업 내부의 사정인데 정부의 개입이 바람직하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면 노사 모두 정부의 힘을 빌려 자신의 논리를 관철하자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 총파업을 막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를 두고서 황 교수는 “워낙 중대한 사안이라서 결과적으로는 정부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파국까지 가지 않도록 역할을 잘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이러한 일이 있을 때마다 앞으로 계속 정부가 나서야 하느냐는 의문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사후조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김 장관은 지난 20일 오후 4시 30분부터 직접 노사 간 대화를 중재해 최종 합의를 끌어냈다.
삼성전자가 지금의 경쟁력과 신뢰 자산을 유지하는 것도 숙제다. 특히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파운드리사업부는 대형 고객사를 유치하느냐가 중요한데, 불안한 노사 관계에 따른 파업 가능성이 빅테크 공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최은락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이날 “무엇보다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한 지금, 24시간 연속 가동이 필수인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춰 서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 건 삼성전자 한 기업을 넘어 수많은 협력업체와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나아가 국민경제 전반에 큰 의미가 있다"고 논평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