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 호황에 시중 자금이 증시로 대거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뚜렷해지자 은행권이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일제히 인상하고 나섰다. 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신 잔액을 유지하려는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주요 예·적금 상품의 기본 금리와 우대 금리를 차례로 상향 조정했다. KB국민은행은 ‘KB Star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1%포인트 올렸다. 3~6개월 미만 만기는 연 2.75%로 0.1%포인트, 6~12개월 미만 만기는 연 2.85%로 각각 0.05%포인트 인상했다. 하나은행도 3개월 만기 예금 금리를 연 2.75%로 0.1%포인트, 6개월 만기는 연 2.85%로 0.05%포인트 상향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역시 수신 금리를 최고 0.1%포인트 올렸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은 연 3.20%, 자유적금은 연 3.35%로 금리를 높였다.
은행권이 이처럼 금리 인상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뜨겁게 달아오른 증시가 있다. 코스피가 연일 고점을 경신해 8000피를 돌파하면서 주식 투자 열풍이 더해져 은행 예치금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96조5524억원으로 한 달 새 3조 3557억원이 급감했다. 정기예금 잔액 역시 감소세를 보인 반면, 증시 대기 자금인 증권사 고객예탁금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합산 25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적금이 줄어들면 대출 재원이 부족해지고, 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을 맞추는 유동성 관리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기업 대출 수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자금 조달원인 개인 고객의 자금 이탈은 치명적이다. 이에 따라 다소의 이자 비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금리 매력도를 높여 고객을 붙잡아두겠다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증시 상승세와 은행권의 자금 유치 경쟁이 공존하는 시소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은행의 예·적금 금리 인상이 궁극적으로는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중 자금의 흐름이 자산 시장의 변화에 맞춰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은행권의 자금 확보를 위한 금리 마케팅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