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괜찮다”는 착각… 2030 고혈압 환자 89만 명

고혈압은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질환이 아니다. 배달 음식, 초가공식품, 단 음료, 잦은 음주, 비만 등이 겹치면서 20~30대에서도 혈압 관리가 중요한 건강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젊은층일수록 고혈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자신이 고혈압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혈관이 높은 압력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심장·뇌·신장에 누적되는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2024 고혈압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20세 이상 고혈압 유병자는 약 1300만 명이다. 이 가운데 20~30대 청년층 고혈압 유병자는 약 89만 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젊은 고혈압 환자의 질환 인지율과 치료율은 30%대에 머물러 다른 연령대보다 낮은 편이다.

 

김민식 인천힘찬종합병원 순환기내과 과장은 “혈압이 높아도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약 복용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진료를 꺼리는 젊은 환자도 적지 않다”며 “20~30대에 시작된 고혈압은 혈관이 높은 압력에 노출되는 기간이 긴 만큼 40~50대 이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층 고혈압은 중장년층 고혈압과 원인이 다소 다르다. 중장년층에서는 나이가 들면서 혈관 탄력성이 떨어지고 동맥이 딱딱해지는 변화가 영향을 미친다. 반면 20~30대에서는 생활습관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요인은 짠 음식과 고열량 식습관이다. 자극적인 배달 음식, 라면, 햄·소시지 같은 가공육, 냉동식품, 짠 안주, 단 음료는 나트륨과 열량 섭취를 늘린다.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몸속 수분이 늘고, 혈관 안을 흐르는 혈액량도 증가한다. 이때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면서 혈압이 오를 수 있다.

비만도 젊은 고혈압을 부르는 주요 요인이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4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비만율은 34.4%로,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에 해당한다. 남성의 경우 20대 비만율은 39.9%, 30대 비만율은 53.1%로 나타났다.

 

특히 복부에 내장지방이 쌓이면 혈압 조절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며, 신장의 나트륨 배출을 방해해 혈압 상승에 영향을 준다.

 

젊은 고혈압이 더 위험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유병 기간’ 때문이다. 혈압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심장은 더 강한 힘으로 혈액을 밀어내야 하고, 혈관은 계속 높은 압력을 견뎌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혈관 내피 기능이 떨어지고 동맥 경직도가 증가할 수 있다. 좌심실 비대, 관상동맥질환, 뇌혈관 손상, 신장 손상 등도 서서히 진행될 수 있다.

 

실제 2020년 미국심장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45세 미만에 고혈압이 발생한 사람은 고혈압이 없는 같은 연령·성별 대조군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26배 높았다. 젊다는 이유로 고혈압을 방치할 경우 이후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만성신부전, 뇌출혈 위험까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예방과 관리는 생활습관 교정에서 시작된다. 질병관리청은 고혈압 관리를 위해 싱겁게 먹기,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 금연, 절주, 스트레스 관리, 정기적인 혈압 측정을 권고한다. 20~30대는 막연히 ‘덜 짜게 먹겠다’는 목표보다 배달 음식 횟수 줄이기, 국물 남기기, 라면·가공육·짠 안주 줄이기, 단 음료 대신 물 마시기처럼 실천 항목을 구체화하는 것이 좋다.

 

체중 관리도 중요하다. 특히 허리둘레가 늘고 복부비만이 동반되면 혈압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다. 체중계 숫자만 볼 것이 아니라 복부비만 여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식사는 채소, 통곡류, 저지방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가공식품과 야식 빈도를 줄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운동은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을 주 3~5회, 한 번에 30분 이상 실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고강도 운동을 하기보다는 숨이 약간 차지만 대화는 가능한 정도로 시작하는 편이 안전하다. 혈압이 조절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거운 중량을 들며 숨을 참는 운동은 일시적으로 혈압을 크게 올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자신의 혈압 수치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에 따르면 진료실 혈압 기준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 이완기혈압 80mmHg 미만은 정상혈압이다. 수축기혈압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에 해당한다. 혈압 측정 전에는 30분 동안 카페인 섭취, 흡연, 음주, 운동을 피하고,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 5분 이상 안정을 취한 뒤 측정하는 것이 좋다.

 

김민식 과장은 “젊은층 고혈압 관리는 단순히 혈압 수치만 낮추는 문제가 아니라 향후 수십 년 동안 심장·뇌·신장 혈관을 보호하는 장기 전략으로 봐야 한다”며 “고혈압 약물치료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 때문에 진료를 미루기보다 조기에 상태를 확인하고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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