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한 그릇이 선사하는 매콤한 행복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전파됐다. 올해로 출시 40주년을 맞은 신라면의 누적 매출은 20조원에 달한다. 일본의 ‘라멘’이 표준으로 여겨지던 시기에 ‘라면’이라는 이름을 세계에 각인시킨 신라면은 존재 자체가 곧 K-라면의 역사다.
농심은 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글로벌 포럼을 열고, 신라면이 지난 40년간 이어온 헤리티지와 가치, 철학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장에는 신라면의 발자취와 세계 속 위상을 엿볼 수 있는 여러 전시가 마련돼 시선을 끌었다. 농심은 신라면을 글로벌 넘버원으로 만들기 위한 마케팅을 지속할 방침이다.
◆누적매출 20조…단일제품 전무후무 기록
이날 무대에 선 조용철 농심 대표는 “지금의 마흔은 젊고 역동적인 청년의 나이”라며 “신라면의 40년 역시 완성이나 안정의 순간이 아니라 더 큰 도약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1986년 10월 ‘사나이 울리는 매운맛’이라는 문구와 함께 등장한 신라면은 1991년 국내 라면 시장 1위에 오른 이후 35년간 정상을 지키며 업계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1970년대 초부터는 수출을 시작하며 세계 속의 신라면으로 우뚝 섰다. 신라면은 지난해 말 단일 제품 기준 누적 매출 2조원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누적 판매량은 425억봉에 이른다. 라면 한 봉당 면 길이가 약 40m인 점을 고려하면, 이를 모두 이었을 때 둘레 약 4만㎞인 지구를 4만2500번 가량 휘감을 수 있고,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약 1억 4960만㎞)를 6회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조 대표는 이러한 신라면의 성과를 소개하며 앞으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슬로건으로 ‘스파이시 해피니스 인 누들(Spicy Happiness In Noodles)’을 제시했다.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신라면을 통해 매콤한 행복과 재충전의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아울러 창립 이후 농부의 마음으로 정직한 과정을 지키며 좋은 것만 고집해 온 철학을 고수하며 ‘글로벌 누들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자리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근 소비자들이 맛뿐 아니라 건강, 간편함, 문화까지 다양한 가치를 원하는 만큼, 면에 대한 모든 경험을 소비자 삶속에서 해결해주는 회사가 되겠다는 다짐이다.
이는 농심의 비전 2030과도 맞닿아 있다. 농심은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2030년까지 매출 7조3000억원, 영업이익률 10%, 해외 매출 비중 60%를 달성해 글로벌 넘버원을 향해 달려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현재 농심의 해외 매출 비중은 40%로, 전세계 라면 시장 글로벌 톱5 반열에 올랐다.
◆변화무쌍 신라면, 이번엔 로제로 승부
신라면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점을 입증한 제품이기도 하다. 신라면은 소고기 장국에 고추의 매운맛, 버섯의 감칠맛을 조합한 제품으로 국내에서 매운맛의 기준으로 자리하고 있다.
심규철 농심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부문장은 “글로벌 라면 시장은 일본에서 먼저 시작됐기 때문에, 100g 중량의 맑은 닭 육수가 특징이었다”며 “신라면은 한국인의 정을 담은 120g 중량, 한국의 맛, 한국어를 그대로 사용한 라면(RAMYUN)이라는 명칭을 선보였다”고 소개했다. 이는 K-라면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는 기반이 됐다.
신라면은 시장 트렌드 변화와 글로벌 소비자들의 입맛을 반영해 다양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2011년 출시한 신라면 블랙은 국내 최초로 프리미엄 라면 시장을 개척한 제품이며, 2019년 선보인 신라면 건면은 맛과 건강을 한번에 챙기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글로벌 소비자를 겨냥한 비국물 타입 제품도 확대하고 있다. 신라면 볶음면과 신라면 툼바가 그 사례다. 올해 1월에는 신라면 40주년을 기념해 닭고기 국물 맛에 신라면 고유의 한국적인 매운맛을 결합한 신라면 골드를 선보인 바 있다.
오는 18일에는 모디슈머 트렌드와 신라면의 독창적인 개발 능력을 결합한 신제품 신라면 로제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토마토와 크림을 기반으로 한 로제 소스에 고추장을 더한 K-로제 소스로 차별화를 꾀했다.
심 부문장은 “신라면 로제는 한국 소비자에게는 익숙하게, 글로벌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갈 것”이라며 “오는 18일 한국과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6월에는 봉지면 타입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성수동에 신라면 분식 팝업…브랜드 경험 확장
신라면은 글로벌 콘텐츠와 협업을 통해 제품 경험을 확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과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해 주목받았고, 그룹 에스파를 글로벌 앰버서더로 선정해 K-컬처와 함께 경험하는 브랜드로 확장하고 있다.
해외 현지 소비자들의 일상 속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체험형 마케팅도 전개하고 있다. ‘신라면 분식’이 대표적이다. 농심은 페루 마추픽추, 일본 하라주쿠, 베트남 호치민, 뉴욕 JFK공항 등 세계 주요 관광지에 신라면의 매운맛과 농심 브랜드를 알리는 체험 공간인 신라면 분식을 운영하며, 글로벌 소비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신라면 분식은 한국 소비자들이 친구, 가족과 함께 찾는 분식점 콘셉트를 그대로 살렸다. 신라면 브랜드를 눈과 입으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젊은 층의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음달에는 성수동에 신라면 분식을 새롭게 선보여 6개월간 운영할 계획이다.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며 테스트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안테나숍 형태로 기획했다. 다양한 참여형 콘텐츠를 통해 신라면의 가치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