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부 매각에 힘입어 회생 기한을 연장했지만 누적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한∙중∙일 황금연휴가 겹치는 슈퍼 골든 위크에 맞춰 유통업계가 각종 프로모션을 전개하는 가운데 홈플러스는 존폐 기로에서 채권단만 바라보고 있다.
실제 5월 초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인 5일 홈플러스 분당오리점은 어린이 날이라는 점이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매장 내 널찍한 통로를 몇몇 어린이들이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고 대부분은 찬거리를 구입하러 온 1~2인 내외 방문객이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홈플러스 냉장식품 코너가 과자나 라면으로 가득 차 있는 사진이 공유되며 기업회생절차 사태의 심각성이 관심을 모았다. 이 매장도 채소나 델리로 채워져 있어야 할 신선 코너가 냄비, 도마 등 주방용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신선 코너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은 “간단한 먹거리를 구매하러 왔다”며 “그래도 지금은 낮이라 제품이 진열돼 있는데 저녁에 오면 살 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어린이 날부터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 가정의 달 선물 수요와 관련한 프로모션을 소개하는 팜플렛이나 안내 표시는 전무했다. 완구∙장난감 코너는 매대가 썰렁했고 방문객들의 발길도 드물었다.
냉장식품 코너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은 “집이 근처여서 종종 방문하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적어진 건 최근의 일”이라며 “와인 코너를 애용해왔는데 이젠 물건도 텅 비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매장의 와인 코너에는 제품을 소개해주는 판매 직원이 없었고 가짓수도 턱없이 부족했다. 산미와 바디감에 따라 제품을 구별해둔 판넬이 있었지만 감자칩 자체브랜드(PB) 제품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가정의 달 수요를 겨냥해 와인 특별 상품을 선보이고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는 홈플러스가 지난해 3월부터 14개월이 넘도록 회생절차를 진행하면서 현금 유동성이 악화한 영향이다. 납품업체들이 홈플러스의 대금 지급 지연을 우려해 상품 공급을 꺼리면서 매대가 비어갔고 방문객과 매출이 감소하며 임직원 월급마저 밀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SS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점 등을 고려해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오는 7월 3일까지로 2개월 연장하면서 한 숨을 돌리게 됐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매각대금 유입까지 시간차가 있어 당면한 자금부족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에 3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조달 계획을 담았지만 현재까지 확보된 자금은 MBK파트너스가 투입한 1000억원이 끝이다. 이 마저도 체불 임금 지급과 납품 대금 정산 등으로 상당 부분 소진됐다.
이에 홈플러스는 최대채권자인 메리츠금융 그룹에 브릿지론과 DIP 금융을 통한 긴급 운영자금 지원을 공식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실행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은 지난달 30일 열린 제30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직원 월급을 포기해서라도 영업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결의했다. 노조는 “노동자의 임금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 DIP 자금 등 모든 가용 재원이 영업 정상화에 집중돼야 한다”며 “회생 연장 기간이 단순한 시간 벌기가 아니라 홈플러스 재도약의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