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28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10개국의 연합체)에서 다음 달 1일자로 탈퇴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OPEC이 주도해 온 글로벌 석유 카르텔 체제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9년 카타르, 2020년 에콰도르, 2024년 앙골라 등 비교적 소규모 생산국들이 OPEC 탈퇴한 바 있으며 인도네시아도 2009년 탈퇴와 2016년 재가입을 거쳤다.
시장에서는 UAE가 OPEC 회원국 중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 이어 세 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주요 산유국이기 때문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 이전 UAE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약 360만 배럴 규모로, OPEC 전체 생산량의 약 12%를 차지한다.
◆OPEC-UAE 갈등 배경
코로나19 이후 유가 급락하자 사우디가 고유가를 지키기 위해 생산을 감산하는 전략을 유지했다. 하지만 UAE는 반발해 생산을 늘리길 원했고, 이 과정에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UAE는 하루 480만 배럴 수준의 원유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내년까지 500만 배럴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OPEC 쿼터제에 따라 하루 300만∼350만 배럴 수준으로 생산량 제한을 받고 있다.
미국 라이스대 베이커연구소 중동 담당 연구원 크리스티안 코츠 울릭센은 ‘더 컨버세이션’ 기고에서 UAE가 시장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증·감산을 할 수 있는 소수의 주요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r)’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OPEC의 시장 변화 대응 능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BBC 뉴스의 파이살 이슬람 경제부장은 칼럼에서 OPEC이 1970년대에는 원유 국제 거래량의 85%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약 50% 수준에 그친다고 밝혔다. 이어 “OPEC은 여전히 레버리지를 갖고 있지만 독점력은 없다”고 분석했다.
또한 아흐메드 자키 야마니(1930~2021) 전 사우디 석유장관의 “돌이 고갈돼 석기 시대가 끝난 것은 아니었듯이, 석유가 소진돼 석유 시대가 끝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발언을 인용해 대체 에너지원이 늘어나고 중국 등이 자동차와 철도 전력화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UAE는 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다른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었다. 절반 이상의 수출량을 우회 경로로 보내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연쇄 탈퇴 우려 속 유가 상승
다른 OPEC 회원국들이 당장 동반 탈퇴할 조짐은 아직 없지만, 내부에서 이번 사태가 그간 사우디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불만을 품어온 회원국들의 연쇄 탈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UAE가 OPEC 탈퇴 이후 독자적인 원유 증산에 나설 경우 유가 상승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UAE 탈퇴 소식과 함께 미국과 이란 간 종전 교착이 맞물리며 이날 국제 유가는 상승했다.
6월물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2.8% 오른 배럴당 111.26달러에 마감하며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3.7% 상승한 배럴당 99.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지난 13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선을 돌파기도 했다.
정현민 기자 jhm31@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