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OPEC 탈퇴’ 선언에도 유가 고공행진…호르무즈 봉쇄에 물량 묶였다

- 브렌트유 111달러 돌파, WTI도 100달러선 ‘위협’

- 세계은행 “올해 에너지 가격 24% 폭등…역대 최고치 우려”

아랍에미리티(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선언했지만 미국과 이란 전쟁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다. 사진은 UAE 두바이의 모습. AP/뉴시스
아랍에미리티(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선언했지만 미국과 이란 전쟁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다. 사진은 UAE 두바이의 모습. AP/뉴시스

 

중동의 핵심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라는 ‘승부수’를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란과 미국 간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여파가 공급 확대 기대감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3.7% 오른 배럴당 99.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00달러 선을 넘어서며 시장의 공포를 자극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역시 2.8% 상승한 111.26달러를 기록, 7거래일 연속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이날 유가 시장의 최대 이슈는 UAE의 OPEC 탈퇴 선언이었다. UAE는 다음 달 1일부로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산유국 카르텔인 OPEC과 OPEC+를 탈퇴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산유량 기준 12개 회원국 중 3위인 UAE의 이탈은 카르텔의 지배력에 균열을 내는 대형 사건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전문가들은 UAE의 탈퇴가 평시라면 유가 급락을 불러올 매도 신호였겠지만 현재의 지정학적 특수성이 이를 상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유가 하락의 유일한 돌파구로 여겨졌던 미·이란 종전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항만 봉쇄 해제’를 골자로 한 중간 합의안을 제시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핵 프로그램 등 핵심 쟁점이 빠진 제안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양측의 평행선이 길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해 이란 측이 통행료 징수를 시작하는 등 물리적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는 모양새다.

 

국제 금융기구의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공급 차질이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회복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올해 에너지 가격은 전년 대비 24% 폭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고 수준으로 전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를 다시금 촉발하고 있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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