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잠재성장률이 14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가 보유한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를 모두 투입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의미한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상징하는 이 지표가 계속 추락하면서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한 구조 개혁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내년 잠재성장률은 1.574%로 추정된다. 올해 1.714%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이미 지난해 1.92%에서 올해 1.71%로 0.21%포인트 떨어진 데 이어 내년에도 추가 하락하며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는 흐름이다.
다른 주요 기관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지난해 1.8%, 올해 1.6%로 추산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 1월 잠재성장률을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OECD는 우리나라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로 경제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노동 생산성마저 정체되면서 성장 엔진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자본 투자 위축과 신산업 규제 장벽 역시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공급 감소,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제조업 수익성 악화와 건설투자 감소 등에 따른 자본축적 둔화 등이 잠재성장률 하락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특히 지난 23일 발표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7%를 기록하며 ‘깜짝 성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1분기 반등은 사실상 반도체 수출 회복에 전적으로 의존한 결과다.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내수 경기와 주력 산업의 체력은 여전히 1%대 성장을 위협받을 만큼 취약한 상태다. ‘반도체 착시’가 우리 경제의 실질적인 위기를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라는 단일 품목의 특수가 사라질 경우 한국 경제의 실제 성장률은 언제든 잠재성장률이 1%대로 회귀하거나 그 밑으로 추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는 인구구조 문제를 당장 개선할 수 없기 때문에 자본 축적과 총요소생산성 제고에 가용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반도체를 잇는 또 다른 주력산업 발굴,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규제 개혁 등을 통해 잠재성장률 반등의 디딤돌을 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OECD는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지난 수십 년 동안 OECD 평균 수준에 점차 수렴해 왔으며, 최근까지는 선진 OECD 국가들과의 격차도 계속 축소돼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외국인투자 규제 완화와 직업교육 개편 등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생산성 중심의 경제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의료·관광 분야의 규모의 경제 실현, 통신·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쟁 강화, 부동산·유통·교육 분야의 구조조정 등을 원칙을 세워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