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가전시장은 성장 정체기에 처한 가전업계로선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14억 인구와 높은 6% 중반대의 경제성장률이 그 가능성을 증명한다. 가전 보급률은 냉장고 40%, 세탁기 20%, 에어컨 10% 수준에 그쳐 향후 성장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찌감치 인도 시장에 진출해 현지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 19일부터 2박3일 간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순방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함께하며 현지 사업에 힘을 싣는다는 각오다.
◆삼성·LG전자, 현지법인 통해 소비자 공략…지난해 성장세는 주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인도 법인(Samsung India Electronics)의 지난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18조4159억원, 1조54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0%, 9.6%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2023년 대비 2024년 매출액과 순익이 각각 12.0%, 22.1%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다소 꺾였다.
삼성전자는 인도에 두 곳의 공장을 두고 있다. 2007년에 설립된 스리페룸부두르 공장은 가전제품과 TV를, 뉴델리 인근에 소재한 노이다 공장은 스마트폰을 제조한다. 이 밖에 노이다·벵갈루루·델리 연구소도 두고 있다. 현지서 운영 중인 디자인센터는 사용자경험(UX), 제품, 그래픽·패키지, 서비스 디자인 등 광범위한 영역의 디자인 수행 중이다. 이 밖에 독일 플랙트그룹 인수로 보유하게 된 플랙트 인도 법인을 통해 현지에서 에어컨공조 생산 및 판매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LG전자의 인도 법인(LG ELECTRONICS INDIA)은 지난해 매출액 3조9210억원, 순익 2825억원을 시현했다. 다만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4% 증가하는 데 그쳤고, 순익 규모는 오히려 14.9%나 감소했다.
이 회사는 지난 1997년 인도 시장 진출 이후 30여년 간 인도 전역에 걸쳐 철저한 현지 완결형 사업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LG전자는 인도 북부에 있는 노이다 공장과 중서부의 푸네 공장 등 생산기지 두 곳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5월엔 약 6억 달러를 투자해 현지 세 번째 생산기지인 스리시티 가전공장 건립에 돌입했다. 올해 말 에어컨 초도 생산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세탁기∙냉장고∙에어컨 컴프 생산 라인 등을 순차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연간 생산 능력은 ▲냉장고 80만대 ▲세탁기 85만대 ▲에어컨 150만대 ▲에어컨 컴프 200만대 수준이다. LG전자는 인도 전역에 브랜드숍 700여곳과 서비스센터 900여곳을 운영 중이고 12개 언어 전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판매∙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했다.
◆IMF “올해 印 성장률 6.5%”…인프라·노조 등 걸림돌도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인도의 올해 성장률을 6.5%로 종전 대비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호실적이 지속하고 있는 데다 미국이 인도산 제품에 부과하는 추가 관세가 50%에서 10%로 인하된 데 따른 긍정적인 영향이 중동 분쟁의 악영향을 상쇄했다”면서 “내년 성장률도 6.5%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회만 있는 건 아니다. 열악한 인프라가 물류비용을 키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2025 인도 진출전략’ 보고서에서 “미흡한 배수시설과 조악한 도로상태로 물류비용이 증가하곤 한다”면서 “특히 예고 없는 잦은 정전·단수 등은 노이다, 푸네, 첸나이, 아난타푸르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의 제조시설 진출 지역의 공통 애로사항”이라고 진단했다. 노조 문제가 정상 조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 예로 2024년 9월엔 삼성전자 스리페룸부두르 공장에서 38일간 파업이 발생하기도 했다. TV 등 주요 가전에서 하이얼, TCL,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의 도전도 매섭다. 특히 하이얼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이 회사의 현지 매출 증가율은 2024년 36%, 2025년 약 20%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한 자릿수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