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을 훨씬 웃도는 깜짝 실적을 거두면서 시장의 관심은 오는 23일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로 쏠린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달리 반도체 사업만을 영위하는 만큼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따른 수혜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어느새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약 4.4배나 많은 40조원대로 껑충 뛰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유안타증권(40조4000억원), 키움(40조3000억원), KB증권·흥국증권(40조1000억원) 등은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익이 40조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익은 7조4405억원이었다.
이러한 전망은 초호황기에 진입한 메모리 시장을 근거로 한다. 최근 메모리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가격은 크게 뛰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호실적을 견인했던 고대역폭메모리(HBM)뿐만 아니라 범용 D램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중 범용 D램 계약가격 약 90%, 낸드 가격은 약 60% 상승했을 것으로 봤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D램 가격은 범용 D램 가격 상승과 HBM과의 제품믹스 변화의 영향으로 인해 전 분기 대비 55% 상승하고, 낸드 가격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가격 급등 효과로 같은 기간 81% 상승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메모리 공급병목이 장기화할 거란 전망 속에서 미국 빅테크는 장기 공급 계약, 대규모 선수금 지급 조건 등을 제시하고 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의 바게닝 파워(협상력)이 극대화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제품 판매를 통해 남기는 돈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률이 크게 뛰어 70%를 넘어설 거란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42.2%, 2분기 41.4%, 3분기 46.6%를 기록하며 40%대를 유지하다가, 4분기엔 58.4%까지 많이 증가했다. 그러던 게 불과 한 분기 만에 10%포인트 넘게 상승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흥국증권(71%), 신한증권(70.4%), 유안타증권(70.1%) 등은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을 70%대로 전망했다. KB증권의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무려 74.0%에 이른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엔비디아에 HBM을 지속해서 공급하고 있어서 HBM3와 HBM3E를 통해 수익이 꽤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HBM에 쓰이는 D램으로 범용 D램 가격이 두 배가량 뛴 것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SK하이닉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당분간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축소에 따른 메모리 수요가 줄어들 우려도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도리어 빅테크의 적극적인 행보로 한국 반도체 기업의 수혜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엔비디아 GPU의 AI반도체 독주 제체에 대항해 빅테크가 AI가속기를 자체 개발, 양산을 추진하는 등 견제가 이어지며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좋은 예”라고 분석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도 “빅테크 입장에서는 향후 수년간 지속될 AI 인프라 투자 확대 과정에서 전략 자산인 메모리 반도체의 안정적 확보를 비용이 아닌 생존 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정보 탐색 방식이 검색창을 여는 인터넷 검색 중심에서 AI로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메모리 가격의 구조적 상승 흐름은 중장기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