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유가에 흔들리는 서민경제] 국제유가 꺾였지만…국내 서민경제는 아직 꽁꽁

 

8일 서울시 용산구 한 컴퓨터 도매업체 앞 화물차에 운송 제품이 실려있다. 김재원 기자
8일 서울시 용산구 한 컴퓨터 도매업체 앞 화물차에 운송 제품이 실려있다. 김재원 기자

# 8일 국제 유가 급락 소식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내 주유소 분위기는 여전히 무거웠다. 서울역 인근 한 주유소에서 만난 배달업에 종사하는 차주 김모 씨는 “국제 유가가 떨어졌다고 하지만 체감이 전혀 되질 않는다”며 “3일에 한 번씩 주유했는데 요즘은 이틀에 한 번꼴이라 힘겹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 서울 근교 가스충전소에서 만난 택시운전자 이모 씨는 “LP가스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저렴한 충전소를 찾게 된다”면서 “여기는 비싸지만 싼 충전소까지 갈 연료가 되질 않아서 10% 정도 충전 후 가려고 왔다”고 말했다. 국내 LP가스 수입되는 비중에서 중동은 10%에 불과하지만 여파가 여기에까지 미친 셈이다. 

 

# 늘 자차로 출퇴근하던 중견기업 천모 부장은 최근 들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영업 현장을 자차로 돌아다녔던 천 부장은 “차로 출퇴근하면서 매주 넣던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1900원 돌파했을 때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했다”며 “회사에서도 비용 절감을 위해 영업 현장에 다닐 때 지급하던 택시비 대신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라고 하는 중”이라고 푸념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이 제안한 ‘2주 휴전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중동전쟁이 최악의 확전 위기를 넘기고 본격적인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게 되면서다. 그러나 시장 안도와 별개로 실물 원유 시장의 긴장까지 한꺼번에 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체감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74.7원, 경유는 1966.0원으로 전날보다 각각 6.3원, 6.2원 올랐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2010.9원, 경유는 1991.3원으로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하루만에 급락했는데도 국내 판매가격은 하루 더 오르며 국제 시세와 체감물가 사이의 시차를 그대로 드러냈다.

 

운전자들은 유가 급락 뉴스를 접했지만 실저로 마주하는 것은 어제보다 더 오른 주유기 숫자인 셈이다. 직접 만나본 화물차기사들에게 기름값은 하루 수입의 바닥을 긁어내는 비용이다. 연료비가 오른 만큼 식비와 통신비, 카드값이 뒤로 밀린다. 국제유가 하락은 화면에서 먼저 오고 실제 물가는 답답할 만큼 늦게 도착하거나 그 반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당장 결제해야 할 것은 천정부지로 오른 경유값이다. 직접 만나본 화물차기사들에 따르면 장거리 노선을 한 번 뛰고 돌아와도 손에 남는 돈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톨게이트를 지날 때와 휴게소에서 끼니를 때울 때마다 기름값은 다른 형태의 비용으로 다시 나타난다. 국제유가 급등락은 운송 현장에 먼저 충격파를 주고 그 부담은 결국 유통과 외식, 생활필수품 가격으로 번져간다.

 

그 여진은 생활의 말단에서 더 오래 남는다. 정유와 석유화학 원료 가격, 물류비, 포장비가 한 번 흔들리면 가장 늦게 흔들리는 곳이 오히려 생활필수품이다. 동네 마트 계산대 옆 비닐봉투, 배달 포장재, 각종 생활용품 가격이 순서대로 압박을 받는다. 쓰레기봉투 같은 품목도 예외가 아니다. 숫자로는 국제유가가 내렸지만 서민 가계가 실제로 느끼는 것은 여전히 오른 비용이다. 서민경제를 흔드는 것은 유가 수준 자체보다 널뛰는 변동성에 가깝다.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단기 급락세를 나타냈더라도 국내 유류 판매가격과 물류비, 생활물가에는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구조인 만큼 서민 체감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유가 급등락이 반복될수록 운수업계와 자영업자, 일반 가계의 비용 압박이 누적되는 구조여서 정부도 단기 안정 흐름에만 안주하기보다 유류비와 물류비 부담을 덜어줄 추가 보완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사진=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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