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그룹이 지주회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본잠식 위기에 처한 핵심 계열사인 HDC아이파크몰에 17년 동안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사실상 무이자로 지원해 온 정황이 당국에 포착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임대차 거래를 가장한 부당한 지원으로 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훼손했다며 고강도 제재를 결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HDC그룹의 지주사인 HDC가 계열사인 아이파크몰에 임대보증금 명목으로 거액을 무상 대여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71억30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각각 HDC 57억6500만원, 아이파크몰 113억6800만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HDC는 2005년 용산 민자역사 운영사인 HDC아이파크몰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자, 직접적인 자금 대여 대신 임대차 계약을 활용한 우회 지원에 나섰다. HDC는 아이파크몰 내 특정 매장을 임차하면서 보증금으로 360억원을 지급했으나, 실제로 해당 매장을 사용하거나 수익을 창출하려는 목적은 희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파크몰이 2006년부터 2020년까지 HDC에 지급한 사용 수익은 연평균 1억5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를 이자율로 환산하면 연 0.3%에 해당한다. 당시 시장의 정상적인 대출 금리와 비교하면 사실상 무이자 대여나 다름없다. HDC는 2018년 국세청이 이를 우회적 자금 대여로 판단해 과세 처분을 내리자 2020년에야 자금 대여 약정으로 전환했으나, 이후에도 2023년까지 여전히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며 꼼수 행보를 이어갔다.
HDC의 지원을 통해 아이파크몰이 절감한 이자 비용은 약 45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금력 부족으로 시장에서 도태될 위기였던 아이파크몰은 지주사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2014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복합쇼핑몰 시장에서 유력한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공정위는 이번 행위가 우량 계열사의 자금을 이용해 부실 계열사의 퇴출을 막고, 경쟁사업자보다 유리한 조건을 인위적으로 형성한 전형적인 부당지원이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그룹 내 우량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부실 계열사를 지원함으로써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훼손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HDC 측은 “당시 공실로 인해 어려움을 겪던 상가 수분양자들의 생존과 상생을 위해 그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임대차계약 및 운영관리위임계약’을 체결했다”며 “임대차 거래로 위장해 보증금 명목으로 자금을 대여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론했다. 또한 “앞으로 법적 절차를 통해 해당 행위가 정상적인 거래이고 정당한 행위였음을 소명하겠다”며 행정 소송을 예고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그룹 내 우량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부실 계열사를 지원함으로써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훼손한 행위를 적발 및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원행위 수단의 형식·명칭을 불문하고 부당지원행위에 악용되는 사례들을 지속해서 감시하고, 법 위반행위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제재함으로써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