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발 고유가·고물가 여파로 생계 부담이 커진 취약계층과 영세 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약 9000억원 규모의 추가 재정 투입에 나선다. 직접적인 생활 안정 대책에 8000억원을 배정하고 장바구니 물가 부담 완화와 문화·관광 소비 진작을 위한 별도 예산도 1000억원대로 편성했다.
기획예산처가 31일 발표한 2026년 추가경정예산안의 초점은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 충격이 집중되는 계층을 선별 지원하는 데 맞춰졌다.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고 소상공인과 노동자의 버팀목을 강화하는 한편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되살리기 위한 할인 지원도 병행하는 구조다.
우선 취약계층 생활 안정을 위한 예산은 총 8000억원 규모로 마련됐다. 정부는 기본 생필품을 지원하는 ‘그냥드림센터’를 기존 150곳에서 300곳으로 늘리고 관련 예산 21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일시적 위기 가구를 대상으로 한 긴급복지 지원 확대에는 131억원, 돌봄서비스 추가 제공에는 99억원을 각각 반영했다.
생활 여건이 열악한 복지시설의 냉·난방 설비 개선에도 128억원이 배정됐다.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신규 사업도 포함됐다. 보증금 5억원 이하 피해 가구를 대상으로 최소 보증금의 3분의 1을 보장하는 사업에 279억원이 투입된다.
소상공인과 노동시장 취약계층 지원도 추경의 한 축이다. 정부는 폐업 또는 경영난을 겪는 소상공인의 재기를 돕는 ‘희망리턴패키지’ 확대에 246억원을 추가 편성하고 20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도 더 공급하기로 했다. 석유화학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직격탄을 맞은 업종에는 고용유지지원금 186억원을 추가 배정한다.
고용위기지역에 대한 대응도 강화한다. 지역 주도형 맞춤 일자리 사업인 ‘버팀이음 프로젝트’ 확대에 120억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여기에 사업주와 노동자를 위한 체불임금 청산 대출 899억원, 저소득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316억원도 추경안에 담겼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역시 기존 10곳에서 15곳으로 넓힌다.
생활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소비 지원책도 동시에 추진된다.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는 800억원이 배정됐다. 장바구니 가격 상승에 민감한 서민 체감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문화·관광 분야에는 소비 쿠폰 성격의 할인 예산이 집중 투입된다. 정부는 관련 할인 지원에 586억원을 편성해 총 687만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가장 먼저 수요가 위축되는 문화·관광 업계를 떠받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숙박 할인도 확대된다. 인구감소지역 84곳에 30만장의 숙박 할인권을 추가 공급하고, 1박당 2만~3만원, 연박 시 5만~7만원 수준의 할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는 112억원이 투입되며, 국비 보조율도 한시적으로 100%까지 높인다.
근로자 휴가비 지원 사업은 중견기업까지 대상을 넓혀 7만명 규모로 확대된다. 정부는 휴가비의 50%, 최대 20만원을 지원하는 데 62억원을 반영했다. 이번 추경은 취약계층 보호와 소비 진작을 동시에 겨냥한 성격이 짙지만 실제 체감 효과는 예산 집행 속도와 현장 전달력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