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긴장 높아진 호르무즈, 전쟁 장기화 양상?…美 출구전략 고심

전쟁 지속 속 호르무즈 해협 둘러싼 긴장 고조
반전 여론·인플레 직면한 트럼프, 출구전략은 어쩌나
"전쟁 단기간 안 끝나"…주요 외신 '트럼프 오판' 지적

호르무즈 해협. 알자지라 캡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응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할 징후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이 전례 없는 규모의 군사 공격을 이어가면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일방적’ 전쟁 승리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떠한 출구전략을 마련할지도 주목된다. <관련기사 2, 3면>

 

 ◆ 美 호르무즈 해협 사수 총력…“기뢰 부설선 완전 파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아직 우리(미국)가 보고 받은 바는 없지만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어떤 기뢰라도 설치했다면 우리는 그 기뢰를 즉시 제거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어떤 이유로든 기뢰가 부설됐고 이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이란에 대한 군사적 대응은 전례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트루스소셜 게시물에서 “지난 몇 시간 동안 가동이 중단된 기뢰 부설선 10척을 완전히 파괴했다”면서 “더 많은 선박을 격침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성명을 통해 이란의 기뢰 설치 선박 16척을 격침시켰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지역 원유 운송의 핵심 관문으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한다. 폭 34㎞에 불과한 이 해협은 이란이 한쪽을 장악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전 세계 석유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며 전날 한때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전역에 공습을 가했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된 대(對)이란 군사 작전 브리핑에서 “오늘 이란에 대한 공격이 또다시 가장 격렬한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테헤란 공습을 통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군사 학교내 무기 연구개발 단지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 전쟁 장기화 양상? 퇴로 막힌 트럼프

 

 미국과 이스라엘이 연일 대(對)이란 공습을 이어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은 복잡하다. 초기 대규모 공습을 통해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한 후 단기간에 전쟁을 끝내려 했던 구상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무하나드 셀룸 도하 국제정치안보대학원의 조교수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란이 장기전을 치를 수 있는 회복력과 지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무즈타바 하메네이가 새 최고 지도자로 선출된 것은 미국의 야심에 대한 이란의 직접적인 반박”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백악관 제공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전쟁이 길어지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우선 미군 사상자 증가에 따른 국내 반전 여론이 커질 수 있다. 공습 시작 열흘 간 미군 사망자는 7명, 부상자는 약 140명으로 집계됐다.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고문인 스티븐 무어는 “기름값이 오르면 모든 물가가 오른다”며 물가가 재차 요동치는 상황에 대해 경계감을 드러냈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25bp씩 2∼3회 금리를 낮출 거란 전망은 개전 후 1차례에 그칠 것으로 바뀌었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출구전략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급격한 레임덕에 처할 가능성도 높다. 자칫 군사적으로 승리하더라도 정치적으로 패배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CNN이 여론조사업체 SSRS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미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공습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41%에 불과했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계속된 11일 KTX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 속보를 보고 있다. 뉴시스

 

 뉴욕타임즈는 지난 10일 ‘이란 전쟁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트럼프의 상충되는 답변’이란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세와 브리핑에서 이란의 군사 역량은 이미 붕괴 직전이며, 전쟁은 매우 짧고 결정적인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인명 피해가 가시화하면서 (전쟁을) 빨리 끝내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참모들은 이란의 해군과 공군, 미사일 전력을 괴멸시켰으니, 지금이 ‘승리’를 선언하고 빠져나올 적기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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