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에도 고소득층의 소비가 오히려 늘며 유통업계 전반에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백화점은 큰 손들의 명품 소비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고 주요 점포들은 실적 기록을 새로 썼다. 이에 백화점은 명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VIP 등급 제도를 개편하며 럭셔리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반면 대형마트는 규제 등에 가로막혀 생존 위기에 놓였다. 마찬가지로 전통시장 등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1일 산업통상부가 집계한 유통업계 매출 통계에 따르면 백화점 산업 총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10월 12.2%, 11월 12.3%로 두 달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고수익 품목인 패션을 포함해 전 상품군이 호조를 보인 가운데 명품 매출이 10월 19.5%, 11월 23.3%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성장을 이끌었다. 전통적 성수기인 12월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대형마트 등 다른 유통업체들이 매출 감소를 겪는 것과 대비된다.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해 10월 9.3% 증가했으나 11월에는 9.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에는 소매판매액지수가 83.0으로 전월보다 14.1% 하락했는데 이는 2010년 통계 작성 시작 이래 가장 하락폭이 컸던 2012년 3월(-18.9%) 이후 13년 8개월 만에 최대치다. 대형마트가 심야 영업금지 규제를 받는 동안 쿠팡 등을 통한 온라인 장보기가 확산하며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대형마트 규제를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이 오히려 쿠팡 등 온라인 장보기에만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해당법은 2012년 1월 시행된 후 2013년 개정을 거쳐 의무 휴업일을 월 2회, 영업 제한 시간은 자정에서 오전 10시로 정한 규제가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지난해 11월23일 만료를 열흘 앞두고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9년 11월23일까지 일몰을 4년 연장하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이 법으로 대형마트의 발이 묶인 사이 골목 상권이 살아나는 게 아니라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만 결과적으로 급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기준 대형마트 3사 기준 전체 점포 수는 414개 점이었으나 2019년 423개 점까지 늘어난 이후 급격히 줄어들어 지난해 9월 말 기준 392개 점에 그쳤다.
반면 백화점은 명품 소비 호조에 힘입어 매출 성장을 이어갔다. 백화점별 VIP 매출 비중은 롯데백화점 46%, 신세계백화점 47%, 현대백화점 46% 등으로 50%에 다가서는 양상이다. 신세계 강남점은 이미 VIP 고객 매출 비중이 50%를 넘었다. 롯데타운 명동·잠실의 지난해 VIP 매출 비중은 전년보다 5% 이상 높아졌다.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2년 전 5% 수준에서 지난해 15%까지 뛰었다.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12.9%로, 전체 매출 신장률(6.2%)의 2배 수준이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명품 매출 신장률이 12.5%로, 2년 전인 2023년(5.8%)의 2배를 웃돈다.
명품과 VIP 고객 매출이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최근 몇 년간 백화점 업계는 명품 매장 확대와 리뉴얼에 집중해왔다. 이러한 전략은 고소득층과 외국인 고객을 동시에 끌어들이며 매출 상승효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각 사가 집중적으로 육성한 주요 점포들은 지난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잠실∙명동점은 2년 연속 합산 연 매출 5조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이 3년 연속 각각 3조원, 2조원을 돌파한 시점도 1년 전보다 21∼26일 이르다. 신세계백화점 대전점과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각각 매출 1조원, 2조원을 처음으로 넘었다.
결국 규제를 풀고 지역상권 및 지역민 고용 등과 연계된 대형마트 등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규제도 혁신을 위해서는 정교해야 한다”면서 “10년 이상 된 과거에 제정된 법도 달라진 환경과 지역 및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바뀌어야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