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보틱스, 실험실을 넘어 삶으로’
지난 10일 막 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이 내건 전시 주제다. 현대차그룹은 1836㎡ 규모의 대형 부스를 마련해 자사 로보틱스 기술을 뽐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지분을 인수한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구현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회사의 ‘아틀라스’는 오는 2028년부터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생산 거점에 투입되는 상용화 단계를 밟는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통해 향후 연 3만대의 아틀라스를 양산하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계획이다.
기업 내 실험실이나 주요 전시회에서 춤만 추는 로봇은 그만. 피지컬 인공지능(AI)이 급속도로 각광을 받으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선점을 위한 경쟁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AI과 액추에이터를 결합한 휴머노이드 모델 출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단순히 보행기반에서 더 나아가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거나 물류를 옮기는 등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게 될 거란 기대가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2022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시제품 제작 등 기술 개발이 주를 이루었다면, 지금 로봇 산업은 조금씩 양산 및 상용화의 흐름으로 넘어가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시장 규모도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관련 시장이 지난해 28억 달러에서 2030년 380억 달러로 약 13.6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양국은 2023년 이후 본격적으로 휴머노이드 모델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고사양 AI 칩, 고도로 정밀한 센서, 모터 등 핵심 요소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피겨 AI의 ‘피겨 03’,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테슬라는 올해 연간 100만대 규모의 양산 캐파를 확보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일례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여름부터 양산의 스케일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의 강력한 산업 육성책에 힘입은 중국도 이 분야의 강자다. 전 세계 휴머노이드 완제품을 만드는 기업 중 약 3분의 2가 중국 기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유비테크는 2019년 ‘워커 2’ 출시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나섰는데, 2024년 내놓은 ‘워커 S 시리즈’는 폭스콘, BYD, 폭스바겐, 니오, 지리자동차 등 주요 기업의 공장에서 쓰이고 있다. 유니트리, 애지봇 등도 휴머노이드 로봇 본격 양산을 추진 중이다.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어디까지 왔을까.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나믹스 이외에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이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LG전자는 CES 2026에서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악시움’을 처음 공개했다. 액추에이터는 회전력을 만드는 모터, 전기 신호를 제어하는 드라이버, 속도를 조절하는 감속기 등을 합친 모듈로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한다. 로봇 제조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피지컬 AI 시대에 유망한 후방 산업 분야로 꼽힌다. 휴머노이드 한 대에 많게는 수십 종의 액추에이터가 필요한 만큼, LG전자의 모듈형 설계 기술 또한 맞춤형 다품종 생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이 회사는 ‘LG 클로이드’를 통해 가정용 로봇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초 이족로봇 개발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하고, 미국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스타트업 스킬드AI에 투자하는 등 로봇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는 “로봇 부품 산업에서 경쟁력을 향상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은 물론, 전략 고객들과 차별화된 제품 개발 및 판매, 전략적인 제휴, 수요를 바탕으로 한 자본 확보 등이 요구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