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서 기능공으로 일하고 있는 42세 A씨는 요즘 일거리가 많이 줄어들어 걱정이 많다. 최근 건설 경기 침체로 현장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한달에 10일 이상 일하기도 어려워 사실상 반 실업 상태다. A씨는 “수입이 많이 줄어들어 보험 해약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했지만 그마저도 이제 다 떨어지고 있다”며 “초등학생 3학년 아들의 학원도 그만 보내야 할 것 같다. 배달라이더 일을 해보고 있지만 손에 들어오는 건 푼돈”이라고 쓴 웃음을 보였다.
고용과 소비의 중심축인 40대가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40대 취업자 수가 3년 넘게 줄어들면서 전체 취업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40대가 주거, 자녀 양육, 소비 지출을 떠받쳐온 만큼 이들 세대의 위축이 내수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21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40대 취업자는 615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9000명 줄었다. 40대 취업자는 2022년 7월(-1000명)부터 41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2015년 11월∼2021년 5월 67개월 연속 줄어든 이후 소폭 회복하다가 다시 장기간 감소세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가운데 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1.2%에 그쳤다. 1995년(21.2%) 이후 11월 기준 최소 수준이다.
통상 40대는 생애 주기상 소득이 가장 높고 지출도 가장 많은 세대다. ‘2023년 국민이전계정’에 따르면 28세부터는 소득이 소비를 초과하며 흑자로 전환되고, 45세에 4433만원으로 정점을 찍는다. 흑자 규모도 1748만원으로 가장 크다. 40대는 그만큼 한국 경제에서 허리 역할을 해온 핵심 세대로, 주택 구입과 자녀 양육·교육, 내구재 소비가 집중되는 시기다.
그러나 40대의 고용 위축이 계속되면서 지출도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인 이상 비농림어가 기준 가구주가 40대인 가구의 지난 3분기(7~9월) 가구당 소비지출 증가율은 1.4%에 그쳤다. 2023년 2분기(1.0%) 이후 9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40대의 소비 심리 위축에 따라 우리나라 유자녀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액이 코로나19 이후 약 5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올해 3분기 미혼 자녀가 있는 부부 가구의 월평균 학생 학원 교육비 지출액은 41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줄었다. 분기 기준 유자녀 가구의 학원 교육비가 감소세(전년 동분기 대비)를 보인 것은 2020년 4분기 이후 약 5년 만이다.
이는 최근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학원비 등 지출을 줄인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3분기 미혼 자녀가 있는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68.0%로 1년 전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평균소비성향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율을 뜻한다. 처분가능소득은 소득에서 세금·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금액이다. 아울러 올해 3분기 미혼 자녀가 있는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666만1000원으로 5.3% 증가했지만, 소비지출은 453만2000원으로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사교육비 감소 폭은 소득 구간별로 차이를 보였다. 올해 3분기 월평균 소득이 700만원 이상인 고소득 가구의 학생 학원 교육비 감소율은 2.9%에 그친 반면 300만~400만원 수준인 가구는 21.3%에 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