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상 사령탑 미국 집결... 韓美 관세협상 출구 보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오른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워싱턴 D.C.로 출국하고 있다. 뉴시스

 장기 교착 상태에 빠졌던 한미 관세협상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대통령실과 경제 부처 수장들이 일제히 미국으로 향한 가운데 양측의 이견이 일정 부분 좁혀진 듯한 신호가 잇따르면서 최종 타결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16일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과 관련한 이견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난 이견들이 해소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현재 대화하고 있으며 난 향후 10일 내로 무엇인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무엇인가’는 한미간 무역협상의 결과물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지난 7월 30일 타결한 관세협상에서 미국이 예고한 대로 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총 3500억 달러(약 49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그러나 양국은 이후 대미 투자의 이행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여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3500억 달러 중 직접 현금을 내놓는 지분 투자(equity)는 5% 정도로 하고 대부분 직접 현금 이동이 없는 보증(credit guarantees)으로 하되 나머지 일부를 대출(loans)로 채우는 방안을 구상했다. 하지만 미국은 3500억 달러 대부분을 대출이나 보증이 아니라 현금으로 원하고 투자처도 미국이 선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백지수표’를 요구해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후 한국 정부는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합리적 수준의 직접 투자 비중 ▲‘상업적 합리성’ 차원에서의 투자처 선정 관여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미국도 기존의 전액 현금 요구에서 한발 물러나 새로운 투자안을 제시했고 우리 정부가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지난 9월 25일 미국 뉴욕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우리 경제·통상 주요 인사들도 모두 미국으로 집결했다. 이번 협상을 주도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 실장과 김 장관은 미국 측 ‘키맨’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회담한다. 김 실장은 출국 전 인터뷰에서 “(협상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한미 통화스와프 등 협상 쟁점과 관련해 “외환시장과 관련된 여러 부분에서 미국 측과 상당 부분 오해, 격차, 이해의 간극이 많이 좁혀졌다는 정도 말씀드릴 수 있다”고 전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주요20개국(G20) 재무장·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이날 워싱턴 DC를 방문, 베선트 장관과 만나 측면 지원할 예정이다. 구 부총리는 미국에 입국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양국 협상에 진전이 있어서 막판 조율 단계인가’라는 질문에 “계속 빠른 속도로 서로 조율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접촉하기 위해 이날 미국에 도착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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