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부동산 시장 변동과 관계없이 매년 일정 물량의 주택을 공공에서 책임지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14일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와 LH 조직·인력에 대한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14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업무보고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9·7 주택공급 대책을 통해 LH의 사업구조를 변경하고 공공주도 공급을 확대하는 등 LH의 역할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공공택지 일부분을 민간에 매각해 민간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던 방식을 중단하고 LH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도록 했다.
문제는 LH의 재무건전성이다. LH의 부채는 올해 160조원 규모로, 오는 2028년에는 227조원까지 불어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공임대주택을 운영하며 생긴 적자를 공공택지 매각을 통해 손실을 보전해왔으나 토지 매각을 하지 않는 경우 임대주택 공급·운영으로 인한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사장은 “LH가 직접 시행으로 (땅장사)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면서도 “임대주택 급증으로 인한 부채와 손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택지 매각 수익의 축소로 인해 그동안 공공주택 공급과 지역균형발전 사업을 견인해 온 교차보전 구조의 유지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교차보전은 LH가 아파트 분양이나 택지 개발 사업에서 얻은 이익으로 공공임대주택 사업의 손실을 충당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교차보전 구조가 무너지면서 2029년까지의 LH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상 토지 매각으로 회수할 것으로 기대했던 15조원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이 사장은 내다봤다. 그는 “토지 매각이 안 되니까 자체적인 수익 구조가 없어졌다”며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LH 개혁위원회와 중장기적인 재무 안정 방안을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재무 구조라든지 인력 충원 문제도 LH 개혁위에서 다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LH가 공공 시행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 충원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LH가 공공 디벨로퍼로서 우수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 지역 인재 할당제에 문제가 있다. LH뿐 아니라 대한민국 공기업들이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지역 인재 채용을 하다 보니 공기업 단위로 특정 대학에 카르텔이 형성될 수 있다.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는 좋은데, 범위를 좀 넓히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사장은 “부동산 시장의 변동과 관계없이 매년 일정 물량의 주택을 공공에서 책임지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를 확립하겠다”며 "재무적 해법과 조직·인력 운영 방안을 철저히 준비해 국민주거 안정과 국토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사명을 더욱 충실히 실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LH가 이날 발표한 업무계획에는 도심 내 노후 임대주택의 재건축과 서울시 내 유휴부지 활용, 도심복합사업과 매입임대 확대 등을 통해 공공주도의 주택공급 물량을 늘려가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향후 5년간 정부가 공급하겠다고 밝힌 물량은 135만호로, 이 중 LH가 55만6000호(41.2%)를 담당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