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뜨자 비만약시장 ‘고비행’… 그런데 비만환자 아니신데요?

-국내 출시 8개월만에 40만건 처방, 시장규모 1000억 최초 돌파
-마운자로 등장에 수요 더 늘듯… BMI 30㎏/㎡ 이상만 처방 가능

주사형 비만 치료제 위고비. 노보노디스크 제공

 

 지난해 10월 위고비가 국내 상륙한 뒤 주사형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또 다른 약인 마운자로가 국내에 출시되면서 시장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만 환자를 위한 전문의약품이 미용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위고비 제조사인 노보노디스크는 해당 제품의 국내 매출이나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는 관련법상 제약사가 제품별 매출 공개를 할 의무가 없는 데다 일종의 영업비밀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다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내부 수치로 비만치료제의 처방 증가세를 확인할 수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진은 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조제할 때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에서 미리 의약품 정보와 환자의 투약 이력 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통한 처방전 수로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심평원으로부터 받은 DUR 현황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 처방전 수는 최초 출시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39만5379건에 이른다. 첫 달 1만1368건으로 출발한 것이 올해 5월 8만8895건까지 늘어났다. 다수 의료 전문가들은 이 정도로 급증하는 약물은 드물다고 입을 모았다.

 

 위고비를 국내 유통하는 의약품 유통 플랫폼 블루엠텍의 실적도 근거가 된다. 위고비 국내 유통시장 총판인 쥴릭파마코리아로부터 물량을 공급받는 도매사 중 하나인 블루엠텍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4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3% 증가했다. 특히 블루엠텍의 위고비 매출액은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12월까지 5억원에서 올해 5월 90억원으로 급증했다.

 

 의약품조사기관 아이큐비아가 발표한 국내 비만약 시장 규모를 봐도 올해 1분기 1086억원은 1년 전(414억원)과 비교해 162.3% 성장했다. 이중 위고비 매출만 794억이며, 분기당 1000억원 돌파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가 국내에 출시되며 시장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당장 노보노디스크가 국내 의약품 유통사 등에 위고비 공급단가를 낮추며 가격 경쟁에 돌입했다. 비용 부담에 주사형 비만치료제 접종을 고민하던 이들이 새로운 소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 우려다. 원래 목적인 비만 치료가 아닌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사항을 보면 위고비는 초기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BMI가 30㎏/㎡ 이상이려면 30대 여성 기준 신장 160㎝에 체중은 77㎏을 넘어야 한다. 30대 남성 기준으로는 신장 170㎝에 체중 87㎏ 이상이다. 하지만 일부 의사들이 미용 수단으로 약을 처방해 오남용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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