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지역주택조합(지주택) 3곳 중 1곳은 조합장의 횡령·배임이나 부실한 경영 문제로 분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역주택조합 문제를 직접 지적할 정도로 문제가 되자 정부가 지주택 제도와 운영상의 문제점을 조사한 뒤 대대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 지역주택조합사업에 대한 분쟁 현황 조사를 실시, 지역주택조합 618곳 중 187곳에서 민원 등 분쟁 293건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지역주택조합은 지역 주민이 자율적으로 조합을 만든 뒤 부지를 직접 매입해 주택을 짓고 청약 경쟁 없이 공급하는 제도다.
애초 수요자가 스스로 공동주택을 빠르게 건설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토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거나 추가 분담금으로 인한 조합원 피해가 발생하고 사업 성공률까지 낮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은 618곳(36만가구)으로, 이중 설립 인가를 받지 못하고 모집 단계인 조합이 316곳(51.1%), 모집신고 후 3년 넘도록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한 조합도 208곳(33.6%)에 달한다.
특히 최근 사업추진 과정에서 조합-조합원 간, 조합-시공사 간 분쟁으로 인해 조합원들의 피해가 발생하면서 국토부는 지자체를 통해 전체 지주택 현장 분쟁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분쟁 원인은 사업 초기 단계(조합원 모집)와 조합 설립 인가 단계에선 '부실한 조합 운영'이 5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탈퇴·환불 지연'이 50건으로 뒤를 이었다. 사업계획 승인 이후에는 '탈퇴·환불 지연'이 13건, 공사비 분쟁이 11건 순으로 발생했다.
분쟁 사례를 보면 한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장이 지정된 신탁 계좌가 아닌 금융기관 계좌에 가입비 등을 받아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또 다른 지역주택조합은 시공사가 물가 변동과 실 착공 지연을 이유로 최초 계약 금액의 50%에 해당하는 930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해 분쟁이 벌어졌다. 이밖에 지자체가 자격 부적격 판단을 한 조합원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분담금을 받아온 조합도 있었다.
분쟁 조합을 사업 단계별로 보면 조합원 모집 단계인 조합이 103곳, 설립 인가된 조합과 사업계획 승인 이후 조합이 각 42곳으로 나타났다.
분쟁이 발생한 조합의 55.1%(103곳)는 조합원 모집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설립 인가를 받은 조합과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조합이 각각 42곳(22.5%)이었다.
분쟁조합이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이었다. 서울 내 110개 지역주택조합 중 64곳(57.3%)이 분쟁을 겪고 있다. 서울 다음으로는 경기(32곳·27.1%), 광주(23곳·37.1%)의 분쟁이 많았다.
국토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모든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대해 지자체를 통해 8월 말까지 전수 실태점검을 실시하고, 주요 분쟁사업장은 관계기관 합동 특별점검을 통해 원인을 파악한 뒤 중재와 조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현황 조사와 실태 점검 등을 통해 제도 및 운영상의 문제점을 조사할 것”이라며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분쟁과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