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바란다⑦ 물가 안정] “공급망 다변화…먹거리 물가 안정 시급”

이재명 대통령 "물가 안정 위해 모든 수단 총동원"
유통채널 늘려 경쟁 촉진…농산물 수입선 다변화도 필요

서울 시내 한 식당가에서 시민들이 음식 메뉴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는 물가 관리다. 고물가는 특히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물가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필요 시 즉각적으로 조치를 시행할 수 있게 준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개월 만에 1%대로 하락했지만, 축산물·수산물과 가공식품, 외식비 등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무엇보다도 누적된 고물가 흐름이 지속하고 있어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이 높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실시한 ‘민생경제 안정을 위한 대책’ 설문조사 결과, 민생경제의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53.5%는 ‘고물가 및 생활비 부담 증가’를 꼽았다.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우선으로 추진할 정책을 묻는 질문엔 ‘농축산물·생필품 가격 안정(35.9%)’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여러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고 유통채널을 다변화해 물가 하락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유통채널 다변화…필요하면 ‘차이나 커머스’ 활용도

 

 우선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통시장에서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경쟁을 촉진하면 물가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통 환경에서 생태계를 더 다양하게 만들어 수입 및 유통 채널을 늘리면 독점에 따른 물가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그러면서 중저가로 무장한 ‘차이나 커머스’를 주목해볼 만하다고 꼽았다. 서 교수는 “위해성분만 없다면 가격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제품을 막을 명분은 없다”면서 “알리나 테무같은 중국 플랫폼 기업의 한국 진출을 촉진할 것까진 없겠지만, (이들 기업의 영향력 확대가) 국내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하는 측면은 분명히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미국이 인플레이션율을 1% 중반대로 안정적으로 관리한 이유도 ‘메이드 인 차이나’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수입선을 늘려 먹거리 물가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고물가와 경기침체 장기화로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체감물가와 직결되는 식료품·생필품 가격 안정을 위해 농산물 수입선 다변화, 유통구조 개선 등에 노력하고,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여력 확충으로 가계의 소득창출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물가에 저성장까지…스태그플레이션 대비해야

 

 단순 물가 관리뿐만 아니라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하는 데 새 정부가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뛰는) 물가를 잡는 게 중요한데,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성장률이 0%대까지 하락하는 등 저성장 장기불황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이라 이를 타개할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소비자는 물론, 산업계까지 아우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이재명 정부가 시작과 동시에 추진 중인 추가경정예산에 대해서도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산업구조 재편과 경쟁력 확대를 위한 지원책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황 교수도 추경을 언급하면서 “자영업자, 소상공인, 지방건설사, 중소기업 등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에 지원책을 펴서 급한 불씨를 끄겠다는 점은 동의한다”면서 “경기를 살리기 위한 추경은 극약처방일 뿐 장기적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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