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바란다⑤ 통상정책] 협상시한 ‘째깍’…품목별 관세가 관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취임과 동시에 동맹∙우호관계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관세로 세계 통상 질서를 혼란에 빠트렸다. 그 사이 우리나라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인한 리더십 공백 여파로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펼치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를 열고 민생 경제와 대미 통상 현안을 청취했다. 한미 정상간 통화가 이뤄지면서 관세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 관세율을 발표하면서 90일간 유예기간을 뒀는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가 비슷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일명 줄라이 패키지 도출을 위해 속도를 내고, 양국간 득실을 따지되 관세 인하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영국을 제외하면 아직 합의를 본 나라가 없기 때문에 꼭 늦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미팅 횟수를 놓고 보면 일본의 경우 5차까지 했는데, 우리는 2차까지 했으니 진행 속도는 좀 느리다고 볼 순 있다”고 말했다.

 

 기한이 연장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빨리 성과를 내려고 하는 의지를 많이 보이고 있고, 중국과도 생각보다 빨리 합의를 이끌었다”며 “아주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기 전에는 다음달 8일 유예종료 기한까지 많은 국가들이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협상 카드에는 우리에게 민감한 소고기, 쌀 등 농축산물이 포함됐는데 이 부분은 농민 입장 등을 고려해서 현 정부에서는 강하게 지키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며 “조선업 협조 등 정치적으로 덜 민감한 방향에서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경제 안보와 관련해서 중요한 정책들을 각국이 강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에서 우리나라는 그 동안 정상 공백이 있었고, 미국과 줄라이 패키지도 앞두고 있다. 시한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연기가 어렵다면 터프한 방식으로 빠르게 진행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또 “시간에 쫓기다 보면 적게 주고 적게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 경우 상호관세나 품목관세 합의는 이룰 수 없기 때문에 기업과 한국 경제에 미칠 데미지가 크다”며 “관세 협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세 협상을 이끌 새로운 통상 리더를 발탁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에 협상을 이어오던 실무팀과 협력을 이어가면서 장관급 인사를 속도감 있게 발탁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구 교수는 “새로운 장관을 임명해 협상을 하려면 물리적으로 기한을 맞출 수 없다”며 “이재명 정부도 기존 협상단과 소통을 이어온 걸로 안다. 연속선상에서 협상을 마무리 짓되 미세하게 조정할 부분들을 체크해서 수정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현재는 유예기간으로 10%지만, 기한을 못 맞추면 미국이 원래 의도했던 상호관세 25%와 품목별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며 “장관 임명은 청문회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우선은 통상교섭본부장을 임명하겠지만, 차관급이기 때문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정부에서 장관급으로 한미 관세협상 대표를 특별 임명해 힘을 실어주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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