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코리아가 세계 원자력발전 산업의 중심인 유럽에 첫 태극기를 꽂는다. 26조원이 걸린 체코 원전 건설을 따내면서 2009년 중동에 이어 16년 만에 해외 수출을 달성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K-원전의 저력을 떨친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이 중심이 된 팀코리아는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 확보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5일 한수원에 따르면 전날 체결된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 프로젝트의 총사업비는 4070억 코루나, 한화로는 약 26조원으로 확정됐다. 한수원은 이번 사업을 위해 한전기술·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 등 한국전력 그룹 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와 대우건설 등 민간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번 최종 계약으로 팀코리아는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설비용량 1GW(기가와트) 원전 2기 건설을 총괄한다. 설계·구매·시공 업무에 더해 원전 가동 이후 6주기(약 10년)에 걸쳐 원전 연료를 공급하는 업무까지 수행하게 된다. 한수원은 곧 두코바니에 현장건설소를 개소하고 부지 조사를 포함한 주요 사업 초기 업무를 신속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해외 원전 사업의 수익성에 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당장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뛰어든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부터 예시가 되고 있다. 2009년 수주 당시 10% 이익률을 기대했으나 지난해 말 기준 0.3%대에 불과하다. 1조원대 추가 공사비를 반영하면 사업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우려에 한수원은 체코 원전의 경우 기당 단가가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UAE 바라카 원전은 기당 5조원 수준이었으나 이번에는 약 13조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도 “바라카 원전이나 국내 원전과 비교했을 때 체코 원전의 기당 단가가 2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컨소시엄에 공기업 뿐 아니라 상장된 민간 기업들이 함께한 점도 부각했다.

장기적으로는 공사 기한의 관리 능력이 이번 사업 수익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원전 건설은 그 특성상 기간이 늘어지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용이 급증하는 일이 잦다. 바라카 원전 사업도 그랬다.
웨스팅하우스 변수도 있다. 미국 원전 기술을 보유한 웨스팅하우스는 팀코리아, 프랑스 전력공사(EDF)와 이번 원전 수주를 놓고 경쟁한 미국 회사로, 한수원 및 한전과 지식재산권 분쟁을 벌이다 지난 1월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에 수천억원대 로열티와 조 단위 일감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을 것이라는 설이 돈다. 원전 가동 이후 약 10년에 걸친 연료 공급권도 웨스팅하우스가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프랑스 EDF의 발목잡기식 소송과 행정 제소도 남아있다. 당초 지난달 초로 예정됐던 최종 계약 서명이 한달 가까이 미뤄진 것도 EDF의 소송 때문이었다. 체코 최고행정법원의 지방행정법원 계약금지 가처분 취소 결정으로 우여곡절 끝에 이번 계약이 성사됐지만 EDF가 제기한 지방행정법원의 1심 본안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도 한수원이 체코 원전 계약 과정에서 역외보조금규정(FSR)을 위반했는지 살피고 있다. FSR은 EU 바깥 기업이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과도한 보조금을 받고 역내 기업 인수합병이나 공공입찰에 참여하면 불공정 경쟁으로 간주하고 규제하는 규정이다. EU는 이를 근거로 정식 조사에 들어갈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