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장관 “칩스법 보조금 재협상 중”…韓 반도체 불똥튀나

러트닉, 반도체 기업 대상 보조금 축소 가능성 시사
현지 공장 짓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 악영향

로이터통신 기사 캡처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반도체 회사에 제공하기로 한 보조금 중 일부에 대해 재협상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이른바 ‘칩스법(Chips Act·반도체 및 과학법)’을 통해 보조금을 지급받기로 한 한국 반도체 업체에도 악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4일 상원 세출위원회에 출석해 “바이든 정부에서의 보조금 중 일부가 너무 관대한 것 같았다. 우리는 이를 재협상 중이다”면서 “이는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칩 제조 및 연구를 촉진하자는 목적으로 2022년에 칩스법에 서명했다. 미국 및 제3국 반도체 기업의 대미 투자를 유도해 공급망 위기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지원 규모는 5년간 총 527억 달러(약 72조원)에 달했다. 칩스법은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미국의 인텔과 마이크론을 포함한 반도체 대기업에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보조금 지급은 바이든 대통령이 퇴임할 무렵에 막 시작됐다. 해당 계획의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조금 수혜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시설 건립 속도에 맞춰 보조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로이터는 지난 2월, 백악관이 보조금 지급에 대한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받기로 한 보조금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370억달러(약 51조원) 이상 투입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며, 미 상무부로부터 이를 지원하는 보조금 47억4500만달러(약 6조5000억원)를 받기로 계약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하고, 미 상무부는 여기에 최대 4억5800만달러(약 63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러트닉은 TSMC가 대미 투자액을 종전 650억 달러(약 88조 5000억원)에서 1000억 달러(약 136조원)로 늘린 점을 성공적인 재협상 사례로 꼽았다. 지난 3월 TSMC는 1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칩스법 재협상에 따른 것인지 TSMC가 즉각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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