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협상 중인 국가들을 상대로 오는 5일까지 ‘최상의 제안(best offer)’을 제시할 것을 요구할 전망이다. 상호관세 일시 유예 종료일을 한달여 앞두고 협상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의 관세에 맞대응할 수 없다면 미국은 경제적으로 생존할 수 없을 거라는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3일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서한 초안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서한 초안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협상 상대국에 주요 분야별로 최상의 제안을 나열하라고 요구했다. 주요 분야에는 미국산 공업 및 농업 제품에 대한 관세와 쿼터(수입할당량), 비관세 장벽 개선 계획이 포함됐다. 서한에는 디지털 교역과 경제 안보와 관련해 국가별로 구체적인 약속을 기재하라는 요구도 담겼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별 답변을 며칠 내로 평가하고, 합의가 가능한 범위를 제시할 계획이다. 그 범위에는 해당 국가에 부과할 상호관세율이 포함될 수 있다.
해당 서한이 어느 국가로 발송될 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서한은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국가를 대상으로 작성됐으며, 서한에는 이들 국가와 회의 및 서류 교환 내용이 포함됐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로이터는 그러면서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국가로 유럽연합(EU), 일본, 베트남, 인도 등을 언급했다.
로이터는 이 서한이 트럼프 행정부 내의 긴급함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유예 시한인 7월8일까지 여러 국가와 협상에 속도를 내려 하지만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여러 국가와 무역 합의가 임박했다고 거듭 주장해왔지만, 지금까지 협상을 타결한 주요 교역국은 영국뿐이다. 그마저도 완성된 합의라기보다는 향후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뼈대에 가깝다는 평가다.
USTR 당국자는 “여러 주요 교역 파트너와 생산적인 협상이 빠른 속도로 계속되고 있다. 진도 점검 후에 다음 단계를 평가하는 게 모든 당사자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효력을 심리하는 사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미국 국제무역법원(USCIT)과 워싱턴DC 연방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상호관세 부과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들은 모두 항소심 법정으로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판결이 현재 미국이 여러 나라와 진행 중인 무역 협상을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다른 나라들이 우리에게 관세를 사용하는 것이 허용되는데, 우리가 신속·영리하게 관세로 반격하는 것이 불허된다면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생존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관세 당위성을 옹호하며 미국 사법부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비슷한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만약 법원이 예상과 다르게 우리의 관세에 반대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그것은 다른 나라들이 반미 관세로 우리나라를 인질로 잡도록 허용하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경제적 파멸을 의미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