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정비사업 부문에서 대형 건설사 간 수주 실적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주액 ‘1조원 클럽’을 달성한 건설사들이 있는가 하면 수주액이 제로인 곳들도 있다. 도서정비사업에서 힘을 뺀 회사들은 해외 시장 공략과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수주 실적이 있는 10대 건설사 중 1조원 클럽을 달성한 곳은 삼성물산 건설부문(5조213억원), 포스코이앤씨(3조4328억원), 현대건설(2조9420억원), DL이앤씨(2조6830억원), 롯데건설(2조5354억원), GS건설(2조1949억원), HDC현대산업개발(1조3018억원) 등 7곳이다.

시공능력 평가 1위 삼성물산은 지난 1월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1조5695억원)을 시작으로 2월 송파구 대림가락 재건축(4544억원), 3월 서초구 신반포4차 재건축(1조310억원)과 강서구 재건축(2416억원), 송파구 한양3차 재건축(2595억원) 등을 수주했다. 삼성물산은 이미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목표치(5조 원)를 초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2위를 기록한 포스코이앤씨는 공사비 2조원 규모의 초대형 리모델링 사업장인 서울 동작구 우극신(우성∙극동∙신동아4차) 통합 리모델링 시공권을 확보하는 등 상반기에만 이미 3조원대 수주고를 확보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말 개포주공6·7단지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따내는 등 순항하고 있다. 롯데건설도 올해 수주액이 이미 지난해의 연간 수주액(1조 9571억 원)을 넘어섰고, DL이앤씨는 지난달 31일 1조7584억원 규모의 한남5구역 수주에 성공해 1조원 클럽에 합류했다.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재개발, 재건축이라고 무조건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사업성과 경쟁력 등을 따져 될 만한 곳을 골라 노리는 선별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도 재개발 대어를 향한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으로 예상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 2구역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은 용산정비창전면1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
수주 실적이 있는 곳 중 아직 1조원이 안 되는 곳은 대우건설이다. 시공능력 평가 3위인 대우건설은 지난달에야 군포1구역(2981억원)으로 마수걸이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SK에코플랜트는 아직 아파트 재개발, 재건축 수주 실적이 아예 없다.
대우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해외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거나 다른 사업 부문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전통적으로 해외 사업에서 강점을 보여온 대우건설은 지난달 26일 투르크메니스탄 비료공장 프로젝트 본 계약을 체결하는 등 아시아 시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SK머티리얼즈의 반도체 소재 자회사 4곳을 편입했다. 회사 측은 잇단 자회사 편입을 계기로 반도체 생산 인프라 조성, EPC(설계·조달·시공), 고부가 소재·모듈·리사이클링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종합 서비스 사업자로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월 10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세종고속도로 현장 사고 등의 여파로 신규 수주를 중단한 상황이어서 운신의 폭이 좁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