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 간 경제공동체 논의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글로벌 통상환경 악화 속 저성장·고령화 등 공통의 숙제를 안고 있는 양국이 규모의 경제를 키우는 방식으로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다. 다음달 대선 후 출범할 한국 신정부의 대외 정책방향과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의지 등이 이러한 논의의 성패를 좌우할 요소로 거론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7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면담을 했다. 이번 면담은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 필요성과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최 회장을 비롯해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이형희 서울상의 부회장(SK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날 “한·일 양국이 미국 상호관세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양국 간 경제협력의 확대와 이를 위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이시바 총리에게 양국 기업활동에 대한 일본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올해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상의가 주관하는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대한 이시바 총리의 관심과 함께 일본 유수 기업들의 참여도 요청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8일 경제 5단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간 간담회에서 “경제규모 확대 차원에서 일본과 경제 연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한 바 있다. 그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선 다른 나라와의 연대가 필요하다”면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과의 경제연대를 통해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 공동체를 꾸리면 경제 규모를 7조 달러까지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양국 모두 성장동력이 정체돼 있다는 점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올해 성장률이 0%대로 내려갈 거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했지만, 오는 29일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이 수치를 대폭 하향 조정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경제가 0.8% 성장에 그칠 거란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종전(1.6%)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일본은행(BOJ)은 최근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1%에서 0.5%로 대폭 낮춰잡았다. 두 나라가 저출생 및 고령화란 고민을 함께 겪고 있다는 점도 협력의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최근 재계 리더들의 방일(訪日)도 잦다. 한 예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근 한 달 새 2차례 일본을 방문해 삼성의 일본 내 협력사 모임인 ‘LJF(이건희 일본 친구들)’ 소속 협력사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LJF는 이 선대회장이 삼성전자와 일본 내의 반도체·휴대폰·TV·가전 등 전자업계 부품·소재 기업들의 협력 체제 구축을 제안해 1993년 시작된 모임이다. TDK, 무라타 제작소, 알프스알파인 등이 포함돼 있다. 강경성 대한무역진흥공사(코트라) 사장은 이달 초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를 방문하기도 했다. 강 사장은 이번 행사에서 “오사카 엑스포를 통해 한일 관계 개선, 일본 시장 진출 확대 계기 마련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