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 공표 또는 인용 보도가 28일부터 금지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날부터 투표 마감 시점인 다음달 3일 오후 8시까지 선거 관련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 예상 여론조사를 공표하거나 인용 보도할 수 없다. 수치를 밝히지 않더라도 우세·경합·박빙·추적 등 판세에 영향을 미칠 표현도 사용이 금지된다. 선거 막바지 표심 흐름을 감지할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기간이다.
역대 대선에서는 공표 금지 직전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투표 결과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대강의 우열과 판세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27일 한국갤럽의 13~20대 대선 여론조사 추이에 따르면 투표일을 열흘 남짓 앞두고 치러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린 후보가 모두 승리한 바 있다.
여론조사에서 접전이 펼쳐졌던 지난 1992년 14대 대선(김영삼 당선)과 1997년 15대 대선(김대중 당선), 2002년 16대 대선(노무현 당선)과 2012년 18대 대선(박근혜 당선)에서도 반 발짝이라도 앞선 후보가 이겼다. 지난 대선 역시 본 투표 일주일 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39%를 기록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38%였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다르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이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황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5월 4주차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 응답률 17.8%. 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45%,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은 36%였다.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 의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 8.3%, 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가 22∼23일 100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 후보가 46.6%로 37.6%의 김 후보를 앞섰다.
두 후보 간의 여론조사 순위를 그대로지만, 선거 운동 초기 꽤 벌어졌던 지지율 격차는 최근 들어 좁혀지고 있다. 5월 3주차의 경우 갤럽과 리얼미터 조사에서 두 후보의 격차는 각각 22%포인트, 9.5%포인트였다. 5월 4주차에서는 모두 9%포인트로 줄어들었다. NBS 조사에서도 두 후보의 격차는 일주일 사이에 22%포인트에서 14%포인트로 줄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상승세도 눈여겨 봐야한다. 이 후보는 한국갤럽의 5월 4주차 조사에서 10%, 리얼미터 조사에서 10.4%를 기록했는데, 이는 일주일 전보다 각각 2%포인트, 1%포인트 오른 수치다.
정체기를 맞은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과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상승세가 대조를 이루는 가운데 범보수 후보 단일화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단일화를 거쳐 후보 한 명이 양측의 지지세를 100% 흡수할 경우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들어오면서 산술적으로만 놓고 보면 판세는 대혼전에 빠질 수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이준석 후보를 연일 압박하고 있으며, 김 후보도 대통령의 당무개입 금지 및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등 윤 전 대통령과는 거리를 두면서 외연 확장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은 0%”라며 “단일화가 있다면 김 후보가 사퇴하는 것 뿐”이라고 완주 의지를 거듭 밝힌 상태다. 사실상 단일화가 어려워지면서 이번 대선이 결국 3자 대결 구도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