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오르며 초여름에 접어든 요즘, 알레르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따뜻한 날씨에 야외 활동이 많아지면서 꽃가루와 미세먼지에 노출되기 쉬운 데다, 실내에서는 에어컨 사용으로 공기 질이 나빠지면서 알레르기 유발 요인들이 일상 전반에 겹쳐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 사람들에게 초여름은 봄 못지않게 고충이 큰 계절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혼동되기 쉽지만, 원인은 전혀 다르다. 감기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일시적인 질환이라면, 알레르기 비염은 특정 물질에 면역 체계가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나타나는 만성적인 염증 질환이다.
주로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동물의 털, 곰팡이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시기에는 참나무, 잡초, 잔디류에서 날리는 꽃가루가 공기 중에 많아져 야외에서 증상이 갑작스럽게 악화되는 경우가 흔하다.
비염의 주요 증상은 연속되는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코와 눈의 가려움 등이다. 특히 아침에 증상이 심하거나, 특정 장소에 갔을 때 증상이 심해지는 양상이 자주 나타난다. 눈이 충혈되고 목이 간질거리며 두통이나 피로감까지 더해질 수 있어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일상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수면의 질이 낮아지면 학업이나 업무 효율까지 떨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환경은 실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많다. 특히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는 초여름에는 오염된 필터 속 먼지, 곰팡이, 진드기 등이 실내로 퍼지며 비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장시간 냉방된 실내에 머물면 코 점막이 건조해지며 방어 기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두통이나 피부 건조 등의 증상도 동반되기 쉽다.
이처럼 알레르기 비염은 환경과 생활 습관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치료뿐 아니라 일상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우선 자신이 어떤 물질에 반응하는지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피부 반응 검사나 혈액 검사를 통해 주요 항원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코 내부를 확인하는 내시경 검사를 통해 구조적 문제 여부도 함께 점검할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환경 관리가 핵심이다. 꽃가루가 많은 날에는 외출을 피하고, 외출 시에는 KF80 이상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외출 후에는 얼굴과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어 외부 항원이 실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실내에서는 에어컨 필터를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실내 온도는 20~22도, 습도는 50~60%로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수분을 자주 섭취해 점막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치료는 증상의 정도와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제나 비강 스테로이드 스프레이와 같은 약물치료를 활용할 수 있으며, 코 세척도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만성화된 경우에는 면역 치료가 고려된다. 항원을 소량부터 점차 늘려 투여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장기적으로 재발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유순일 강남 서초이비인후과 원장은 “알레르기 비염은 단순히 참거나 방치해서는 안 되는 질환이다. 어린이의 경우에는 성장 과정에서 천식이나 아토피 피부염 등 다른 알레르기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고, 성인의 경우에도 만성화되면 중이염이나 축농증 같은 2차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계절적으로 반복된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적극적인 관리와 진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