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단 사고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또다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2022년 평택 SPL 제빵공장 사망 사고 이후 불과 2년 반 만에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자 불매 운동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정치권의 질타도 쏟아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3시쯤 경기도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 A씨가 컨베이어에 상반신이 끼이는 사고로 사망했다. 사고 당시 A씨는 컨베이어 벨트가 잘 돌아가도록 윤활유를 뿌리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A씨의 사인이 머리, 몸통 등 다발성 골절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안전수칙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정황이 드러날 경우 사고 책임자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조사 결과 공장 측이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근로자를 위험에 내몬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고가 난 냉각 컨베이어 벨트는 뜨거운 빵을 식히는 역할을 하는데, 원활한 회전을 위해 기계 바깥쪽에 별도로 장착된 주입구에 윤활유를 넣어야 한다. 근로자가 윤활유를 주입구에 넣으면, 자동살포장비가 윤활유를 컨베이어 벨트의 체인 부위에 뿌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처럼 자동살포장비가 있는데도, A씨는 기계 밑으로 기어들어 가서 내부의 좁은 공간에서 수동으로 윤활유를 뿌리던 중 컨베이어 벨트와 기둥 사이에 끼이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공장 측이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사고를 막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살포장비가 있기 때문에 근로자가 직접 윤활 작업을 할 필요가 없고, 만약 작업의 필요성이 있다고 해도 기계 작동을 멈춘 상태에서 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A씨의 동료 근로자들로부터 “공장을 풀가동할 때는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나 기계 안쪽으로 몸을 깊숙이 넣어 직접 윤활유를 뿌려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사고가 난 기계의 생산 연도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상당히 노후한 것으로 전해졌다. SPC는 사고 후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크보빵(KBO빵)을 비롯해 SPC그룹 제품을 불매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선 주자들도 한목소리로 이번 사고를 질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2022년 평택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 발생 당시 회사 대표이사가 유가족과 국민 앞에 사과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또 유사한 사고가 반복 발생한 데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SPC 회장이 지난번에 구속됐다. 사망이 이번만이 아니다”라며 “많은 안전장치가 있고 그것을 충분하게 시설할 수 있는데 자꾸 반복적으로 사고가 난 것은 매우 잘못됐다”고 말했다.
경찰과 별개로 고용노동부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