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7년 금빛동행… 배우 문정희 부부의 사진전 가보니

-최근 무지개다리 건넌 골든리트리버 ‘마누’와 추억 공유
-반려동물 동반 가능… “펫로스 반려인에게 위로되고파”

금빛동행전에 전시된 작품들. 김원범 작가가 반려견 마누를 모델로 찍은 사진이다. 박재림 기자
문정희 배우와 반려견 마누. 에이스팩토리 제공

 

“마누의 마지막 선물인 것 같아요.”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인근에서 특별한 사진전이 진행 중이다. 갤러리 룩인사이드(Look-in-side)에서 21일 시작된 ‘금빛동행-나의 골든 리트리버 마누와의 행복한 순간들’이다. 김원범 작가가 아내인 문정희 배우와 반려견 마누를 모델로 찍은 작품 100여 장을 만날 수 있다. 21일 사진작가로서 첫 전시회의 테이프를 끊은 김 작가는 “이번 사진전은 3개월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마누 덕분에 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빛동행전은 갤러리 입구부터 밝게 웃는 골든 리트리버의 모습이 담긴 패널과 포스터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갤러리 1층에 72장의 사진, 2층에 30장의 사진이 전시 중이다. 계절감이 물씬 느껴지는 자연을 배경으로 한 마누의 독사진이 많았다. 리드줄과 장난감 등 마누의 물건도 전시됐다. 이 같은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 중에는 강아지 손님도 있었다. 이번 전시회는 반려동물 동반 입장이 가능하다.

 

금빛동행전이 열린 갤러리 입구에 놓인 패널. 박재림 기자
반려견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방문객. 박재림 기자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는 마누는 김원범-문정희 부부와 7년을 함께했다. 2017년 겨울, 부부는 우연히 생후 2개월 강아지를 임시보호하게 됐고 이내 입양을 결정했다. 히브리어로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를 뜻하는 임마누엘의 준말로 이름을 붙였다. 두 사람 모두 이전에 반려견을 돌본 경험이 없어 관련 책과 영상으로 공부를 하면서 마누를 키웠다.

 

유독 뛰어놀기를 좋아하는 반려견을 위해 부부는 여행을 자주 다녔다. 대형견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대형견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많은 국내 실정상 여행지 중에서도 인적이 드문 곳을 인적이 드문 시간에 방문해야 했다. 여러모로 번거로운 점이 많았지만 마음껏 뛰노는 마누를 보기만 해도 행복했다.

 

금빛동행전에 전시된 문정희 배우와 반려견 마누의 사진들. 박재림 기자

 

그런 마누를 사진에 담고 싶었다. 김 작가는 “대학생 시절 취미로 사진을 자주 찍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삶에 치이다 보니 한동안 사진은 잊고 살았다”며 “마누와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에 대한 열망이 되살아났다. 우리의 행복하고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을 남기고 싶었다. 더 잘 찍고 싶은 마음에 카메라도 새로 샀다”고 회상했다.

 

부부는 마누를 위해 집도 옮겼다. 서울을 떠나 마누가 뛰어놀 공간이 많은 곳으로 이사를 했다. 일상의 산책이 여행이 될 수 있는 지역이었다. 함께하는 행복을 사진으로 남기고 SNS에 공유했다. 마누의 매력에 빠진 랜선 이모와 삼촌이 늘었다. 그러면서 사진전 제안도 받았다.

 

금빛동행전에 전시된 마누의 장난감. 박재림 기자

 

그러던 중 지난해 여름 청천병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마누가 난치병인 혈관육종(혈관에 발생한 종양) 진단을 받았다. 부부의 극진한 간호 아래 마누는 특유의 미소를 잃지 않고 병마와 싸웠다. 수의사도 놀랄 만큼 6개월 이상 항암치료를 잘 버텼지만 올해 2월27일 끝내 강아지별로 떠났다. 대형견 장례가 가능한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

 

문 배우는 “포포즈라는 장례식장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SNS를 통해서도 많은 분들이 마누의 명복을 빌어주셨다”며 “3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가슴이 너무 아프다. 펫로스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실감하고 있다. 마누가 전시회를 함께하면 너무 좋을 텐데…”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금빛동행전에 전시된 마누의 리드줄. 박재림 기자

 

이날 관람객 중에도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이 많았다. 문 배우는 “펫로스를 겪는 분들에게 이번 전시회가 위로가 되길 바란다. 반려견과 함께 방문하신 분은 미래의 이별을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서로의 곁에서 함께하는 지금 이 귀한 순간을 소중하게 기억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작가도 “7년이란 시간 동안 마누에게 배운 게 너무 많다. 마누 덕분에 조건 없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고, 삭막한 세상을 녹이는 온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며 “사진을 보면 마누와 함께한 그날 그 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마누를 기억하는 분들에게 의미 있는 전시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빛동행전에 마련된 마누 포토존에서 반려견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재림 기자

 

이날 반려견 ‘히릿’과 전시회를 찾은 권형준 씨는 “실제로 마누를 만난 적은 없지만 우리 강아지와 같은 골든 리트리버라서 마음이 갔다”며 “작품들을 보면서 반려동물과의 이별에 대해, 일상의 기록과 기억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다음달 1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사진전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마누의 사진으로 제작된 엽서 12종 등 굿즈 판매 수익금은 지난 3월 경상권 산불사고로 피해를 입은 반려견을 위해 기부된다.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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