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무브’ 게이트 열렸다] "이탈 막아라" AI로 방어 나선 美 은행

-고객 데이터 분석해 사전 이탈 대응
-실시간 금리 조정 등 맞춤 서비스도

게티이미지뱅크

 

은행의 예·적금 금리 하락으로 정기 예금이 해외주식, 가상자산, 금 등 대체투자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6%에 가까웠던 기준금리가 지난해 말부터 4%대로 내려오면서 금리 변동에 민감한 단기자금(핫머니)이 은행에서 빠지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고객의 행동을 분석하고 핫머니 리스크 관리, 맞춤형 관리 등 다양한 인공지능(AI) 활용 전략을 통해 이탈 고객을 방지하고 나섰다. 

 

주영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이 낸 예금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은행들의 AI 활용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AI 활용 전략을 도입한 은행은 고객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상품 추천을 통해 신규 계좌 개설이 증가하고 예금 유입이 확대됐다”며 “AI 활용 등 다양한 전략을 도입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운영 효율화로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 유지율 향상을 통해 순이자마진(NIM)까지 개선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2년 미국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과 디지털뱅킹으로 인해 경쟁이 심화되면서 은행 예금 증가율이 둔화했다. 또 고객 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나 정기예금 등 고수익 상품으로 이동해 전통적인 은행 예금의 유동성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미국 은행들은 AI 활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주 연구원은 “피프스 서드 뱅코프의 경우 100개 이상의 AI 머신러닝 모델을 통해 고객별로 최적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추천함으로써 고객 참여율을 40% 이상 증가시켰다”고 예를 들며 “고객의 금융 데이터를 분석해 거래패턴, 금리 민감도, 자산규모 등을 파악, 고객 이탈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금리 민감도가 높은 고객층은 경쟁사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막기 위해 실시간 금리 조정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주 연구원은 “골드만삭스는 마커스(Marcus) 플랫폼의 AI 기반 분석을 통해 고객별로 경쟁력 있는 대출금리를 실시간으로 제안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 환경에서 은행들은 AI 기반 동적 금리 최적화 시스템을 활용해 고객별로 프리미엄 예금 상품을 신속하게 추천함으로써 예금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국들의 AI 활용 사례. 예금보험연구소

이미 주요국들은 금융분야에서 AI 활용이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AI 모델 고도화로 나온 결과에 대한 불분명한 책임소재, 설명 가능성 부족 등의 문제가 심화되면서 AI 시스템의 투명성, 책임성, 신뢰성, 공정성, 소비자 보호 등이 담긴 기존 AI 가이던스만으로는 리스크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금보험연구소 산하에 있는 예금보험연구소는 금융 산업의 AI 활용과 활용과 규제 동향 보고서에서 “금융회사들이 대출 승인 및 보험 심사, 보험료 산정 등 핵심 프로세스에도 AI를 활용하면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으나 끊임없는 AI 기술의 도약으로 기존 AI 가이던스만으로는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 분야의 AI 리스크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금융당국 간 긴밀한 협조하에 AI 개발·활용과 관련한 별도의 가이던스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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