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무브 게이트 열렸다] 은행 정기예금 5조 이탈…해지도↑

-은행 예적금 금리 줄인하…예대금리차 8개월째 확대
-정기예금 계좌 5년만에 최소…"시장금리 하락 불가피"

뉴시스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예·적금 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 정기예금이 올 들어 5조원 가까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정기예금 계좌 수도 5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감소했다. 은행권에서 속속 수신상품 금리를 낮추면서 자금 이탈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922조4722억원으로 지난해 말(927조916억원)보다 4조6194억원 감소했다.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4월 872조8820억원에서 지난해 11월 948조2201억원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려 지난해 12월 감소세로 전환한 뒤 올 들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정기예금 금리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더 큰 수익을 올리기 위해 다른 투자처로 쏠린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권소화 기자

 최근 들어 국내 주요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5일부터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카카오뱅크 자유적금 2종의 금리를 낮췄다. 1년(12개월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는 2.80%에서 2.70%로, 1년(12개월 만기) 자유적금의 금리는 3.00%에서 2.90%로 각각 0.10%포인트 인하했다. 

 

 하나은행도 최근 수신상품 기본금리를 최대 0.30%포인트 인하했다. 하나의정기예금 외 6종 등 정기예금의 금리를 0.10~0.30%포인트 내렸다. 급여하나 월복리 적금 외 7종 등 적립식 예금의 금리를 0.20~0.30%포인트 인하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13일부터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 금리를 0.20%포인트 인하했다. 만기가 6개월 이상∼12개월 미만과 12개월 이상∼24개월 미만인 예금금리는 연 2.00%에서 연 1.80%로, 24개월 이상∼36개월 미만과 36개월 예금 금리는 연 1.80%에서 연 1.60%로 각각 낮아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은행권 예금이자가 1%대를 향해가면서 대출금리와의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예대금리차는 8개월 연속 확대세다. 5대 은행의 3월 신규 취급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는 평균 1.472%포인트로, 전월 평균(1.38%포인트)에서 0.092%포인트 상승했다.

 

 예금금리 하락세는 정기예금 해지로 이어졌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 계좌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총 2314만7000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9년 말(2272만7000개)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정기예금 이탈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시장금리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오는 29일 한은이 금통위에서 이달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연내 한은의 최종 기준금리가 2.00%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 경기 하방 압력이 크게 높아지고, 구조적인 성장 리스크도 확대되면서 경기 방어를 위한 한은의 좀 더 적극적인 통화정책 대응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기 둔화 우려와 이에 따른 한은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지속되면서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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